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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

조회 수 3277 추천 수 0 2016.05.21 14:03:08
저자 : 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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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            


 김세영


 

절지동물보다 마디가 많다

그들보다 무게가 많아

아파서 못 쓰게 된 마디가 많다

 

직립으로 걸을 때부터

발가락 마디마디들

발목무릎고관절들이

크랭크축처럼 움직여 왔다

 

앞발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손가락 마디마디들

손목팔꿈치어깨 관절들이

삼단노선의 노잡이처럼 움직여 왔다

 

손가락 마디를 꺾으며

캐스터네츠 소리를 낸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팔을 들면 어깨마디에서

일어서면 무릎마디에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꼬리뼈마디를 미어*처럼 깎아내는

손목시계의 초침의 칼날이

매장된 기억의 무덤을 파헤쳐서

소리 뼈마디 하나를 보여준다

 

내 손목을 놓지 않으려던 굳은 마디의 손목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러지는 노송의 가지처럼

어지며 들렸던그 마지막 소리를,

 

직립원인이 된지도 백만 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도 서툰 직립보행으로 발목이 잘 접질리

등뼈마디마저 가끔 삐끗하여

유인원의 보행법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짧고 마디 진 다리로 긴 몸통을 받쳐 들고

산악열차처럼 가는 절지동물의 보행법을

깔딱고개에서 흉내 내어 볼 때가 있다

 

절지동물보다 마디가 많다

그들보다 오래 살아

굳어서 못 쓰게 된 마디가 많다.


 

 

*세포 속에 있는 염색체의 양쪽 끝단에 있는 부분을 말하며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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