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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저렇게 몸을 세워서

조회 수 1563 추천 수 0 2017.06.01 23:23:40
저자 : 오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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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저렇게 몸을 세워서

           -오정국



파도는 파도쳐서

여태 한 번도 말해진 적 없는

파도가 된다

 

그 어디에 몸을 세워도 사방이 환하다

 

파도는

스스로의 높이를 견딜 수 없어 허물어진다

이 지상 어디에도 몸 숨길 데 없는

한 무더기 누더기나 개 같은 것이

팽팽하게 감아쥐는

한 획의

수평

 

파도는

헐벗은 맨몸을 걸어둘 데 없으니

부딪치고 싸워서 저희들을 기억한다 꼭 그렇게,

쓰레기가 밀리는 해변이 있듯이

눈먼 파도가 나에게 달려와서

내 죄를 묻겠다고 공중으로 떠오르고

 

파도는 파도쳐서

사문난적의 깃발처럼 흔들리는데,

어찌 저 바다를

내 전신거울로 삼고자 했던가

 

바다는

파도 한 자락 끊어먹지 못했고

파도는 파도쳐서

두 번 다시 말해질 수 없는

파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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