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파도는 저렇게 몸을 세워서

조회 수 54 추천 수 0 2017.06.01 23:23:40
저자 : 오정국 



images.jpg



파도는 저렇게 몸을 세워서

           -오정국



파도는 파도쳐서

여태 한 번도 말해진 적 없는

파도가 된다

 

그 어디에 몸을 세워도 사방이 환하다

 

파도는

스스로의 높이를 견딜 수 없어 허물어진다

이 지상 어디에도 몸 숨길 데 없는

한 무더기 누더기나 개 같은 것이

팽팽하게 감아쥐는

한 획의

수평

 

파도는

헐벗은 맨몸을 걸어둘 데 없으니

부딪치고 싸워서 저희들을 기억한다 꼭 그렇게,

쓰레기가 밀리는 해변이 있듯이

눈먼 파도가 나에게 달려와서

내 죄를 묻겠다고 공중으로 떠오르고

 

파도는 파도쳐서

사문난적의 깃발처럼 흔들리는데,

어찌 저 바다를

내 전신거울로 삼고자 했던가

 

바다는

파도 한 자락 끊어먹지 못했고

파도는 파도쳐서

두 번 다시 말해질 수 없는

파도가 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저자 날짜 조회 수
» 파도는 저렇게 몸을 세워서 file 오정국  2017-06-01 54
193 비대칭으로 말하기 file 김은자  2017-04-05 226
192 無言으로 오는 봄 file 박재삼  2017-03-02 314
191 꾀병 file 박준  2017-02-11 309
190 성에꽃 file 문정희  2017-01-08 406
189 회음부에서 file 이경림  2016-12-23 442
188 귀뚜라미 다비식 file 함기석  2016-11-23 764
187 가을 오후 file 도종환  2016-10-20 649
186 코스모스 file 사윤수  2016-09-29 1182
185 그만큼 file 문정영  2016-09-11 836
184 발바닥이 따스하다 file 최광임  2016-08-20 1088
183 분홍 일다 file 김명리 ​  2016-07-28 1235
182 소래습지 1 -염부(鹽夫) file 고 경 숙 ​  2016-07-03 1388
181 닫힌 입 file 이수익  2016-06-10 1225
180 마디 file 김세영  2016-05-21 1706
179 추억론 file 구석본  2016-04-24 1632
178 나만 울다 file 김윤선  2016-04-06 1988
177 봄의 완성 file 정용화  2016-03-12 1856
176 흰 바람벽이 있어 file 백석  2016-02-19 2030
175 치자꽃 설화 file 박규리  2016-01-29 2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