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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조회 수 1430 추천 수 0 2017.07.08 10:33:36
저자 : 김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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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김왕노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르고 떠난 후

  난 자작나무가 되었다

  누군가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때로는 위험한가를 알지만

  자작나무니 풀꽃으로 부르기 위해

  제 영혼의 입술을 가다듬고

  셀 수 없이 익혔을 아름다운 발성법

  누구나 애절하게 한 사람을 그 무엇이라 부르고 싶거나 부르지만

  한 사람은 부르는 소리 전혀 들리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거나

  부르며 찾던 사람은 세상 건너편에 서 있기도 하다

  우리가 서로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무엇이 되어 어둑한 골목이나 전쟁터에서라도

  환한 외등이나 꽃으로 밤새 타오르며 기다리자

  새벽이 오는 발소리라도 그렇게 기다리자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불러주었듯

  너를 별이라 불러주었을 때 캄캄한 자작나무숲 위로

  네가 별로 떠올라 휘날리면 나만의 별이라 고집하지 않겠다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난 자작나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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