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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마*의 고래

조회 수 2272 추천 수 0 2018.07.29 12:16:38
저자 : 권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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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아마*의 고래                            

 

권혁재




바다 한 덩어리가 식도에 걸렸다

파도가 더 거친 파도에 업혀

터널 같은 붉은 구멍을 뚫고 올라왔다

좌초된 포경선에서 선원들이 부르는

슬픈 노래에 바람이 장단을 맞추며

등대를 돌아나가는 키아마

범선이 뜨고 돛이 올라도

길을 잃은 고래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덫에 걸린 고래의 거대한 지느러미가

바다를 퍼렇게 때리는 그림자만 있을 뿐,

울음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가쁜 숨을 내쉬며 다시 뭉친 파도들이

해풍을 타고 질주하는 블로우 홀

심해에서도 감출 수 없는 눈빛까지 데려와

묻는 안부에 떳떳한 대답을 하듯

숨통처럼 터지는 짧은 고해성사

고래의 숨소리에서 눈물냄새가 났다




* 키아마: 호주 시드니에 있는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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