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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백겸(시인,웹진 시인광장 주간)

 


아름다움의 중독

  -내안의 데몬(demon)

 

                                         /김백겸(시인, 웹진 시인광장 主幹)  

 

  

  

 

 

  에집트의 토트모스 4세는 왕자신분이었을 때 기자의 스핑크스 앞에서 잠시 쉬려고 누웠다.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 왕자는 꿈을 꾸었다. 스핑크스는 입을 열어 토트모스가 자신의 몸에 쌓인 모래를 치우고 자신의 신전을 돌보아 주도록 말했다. 그 대가로 스핑크스는 토트모스 4세에게 파라오의 지위를 약속했다. 토트모스 4세는 후에 자신의 꿈과 꿈이 성취된 것을 기념하여 신에게 경배하는 자신의 모습을 석판에 새겨 스핑크스의 가슴팍에 남겼다. 기원전 2620년전의 일이다. 토트모스 4세는 꿈으로 인해 가슴속에 파라오가 되겠다는 데몬(demon)을 품고 살았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마음에 데몬(demon)이 있어서 자신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못하도록 감시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데몬(demon)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고대 그리스에서 다이몬은 신에 가까운 존재 또는 신과 인간과의 중간적 존재를 의미하였다. 이것이 나중에는 인간의 수호령(守護靈)으로서 능력이나 성격 등 인간의 신들린 상태 또는 부분을 나타내는 데 쓰였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악령 ·악마 또는 이교(異敎)의 신을 가리키게 되었고, 근세에 와서는 인간의 심리적인 힘, 즉 자기가 지배할 수 없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이상한 행동을 하게 하는 무의식적이고 어쩔 수 없는 심리적인 힘을 데모니셰(dämonische)라고 표현하였다.

 

  데몬(demon)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공적인 사업의 성취동기를 갖는다.  토트모스 4세와 소크라테스는 내가 생각컨데 데몬에 사로잡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공적인 꿈의 실현에 나섰다. 한 사람은 파라오가 되기 위한 영토전쟁에 또 한사람은 진리의 전파와 신념의 수호에 목숨을 바친다. 인간의 데몬(demon)은 선과 악 어느 쪽으로도 표현되는 인간의 비밀한 정신을 가르킨다. 괴테는 천재의 특징으로 이 힘을 중시하고 창작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위대한 성취동기는 아니었으나 나는 어릴 적 대흥동 우리 집 옆 이웃이던 ‘도지사관사’를 보고 도지사 같은 신분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도지사관사는 일제 시대에 지은 집이다. 일본식과 서양식이 가미된 집은 동화책에 나오는 성(城)처럼 보였다. 집의 정원이 굉장히 넓고 이상한 나무들이 있어서 나에게는 별천지였다. 담장이 높아서 어른도 안을 볼 수 없었는데 나는 골목에서 놀다가 후문의 작은 문틈으로 간신히 안을 보곤 했다. 이 문틈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거울이었다. 이 문틈으로 나는 상상의 세상을 바라보았다.   

 

  진기한 나무들이 있고 유리창이 거울처럼 빛나는 집이 서 있었다

  배 안의 창자들이 피땀을 흘리면서 전생의 기억들을 불러왔다

  도지사관사는 시간의 침묵아래 용궁처럼 서 있었다

  나는 골목길로 난 후문에서 구슬과 딱지치기에 팔린 아이였으나

  큰 세계가 메두사의 눈으로 내 현재를 노려보았던 그 날까지

  어둠 속의 비밀 문을 보지 못한 장님이었다

 

  가시철망의 담 속에서 침묵이 말을 건넸다

  심장의 거울 밖에서 거울 안의 나를 보아라

  너는 고아처럼 길을 잃었구나

 

  권력의 힘은 번개처럼 얼굴을 드러냈다

  붉은 벽돌집을 비단휘장으로 감싼 황혼이 구미호꼬리처럼 드리워졌다

  도지사관사는 야수가 있는 크레타왕궁처럼 황금냄새로 물들었다

  마술사가 허공에서 장미꽃을 뽑아 보여주는 순간이었으나,

 

  나는 어른이 되어 베르사이유 궁전의 검은 대리석을 보고 알았다

  황금과 은박으로 장식한 현실의 집들은 아름답지가 않았다

  그 때 나를 들어 올렸던 괴물의 불꽃 눈은 금단의 마약이었고

  화룡점정의 순간이 지나간 내 일생은 힘이 빠져나간 허수아비였다

  꿈속에서는 어둠속에 단풍나무가 불타는 황금 길이 계속 나타났다

  나는 이정표도 없이 옛날의 도지사관사를 찾아가는 고아였다     

  ㅡ「가시 철망이 있는 높은 담」

 

 

  내 안의 데몬(demon)이란 내가 남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성인이 되어서 본 세상현실의 집은 아름답지가 않았다. 이런 이유인지 나는 어린 시절의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지금까지 꾼다, 무의식안의 유토피아(utopia)환상이 내 안의 다른 데몬이다. 도지사와 시장은 당시에 집차를 타고 다녔던 것 같다. 운전수와 비서가 호위하는 출근 모습을 보며 나는 권력에 대한 동경이 타올랐다.

  이런 내 환상에 부채질을 한 사건이 초등학교 오학년 때 일어났다. 시청부지 내 건물인 시립도서관은 우리 집에서 오백미터거리에 있었다. 도보로 십분 이면 갈 수 있었기에 나는 방과 후에 가끔 이용했다. 시청의 현관 앞을 지나다가 나는 시장이 수행원을 거느리고 현관을 나오는 모습을 구경했다.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당시 시장은 차를 타려다가 나를 물끄러미 한참 쳐다보더니 손짓으로 불렀다. 가슴을 새처럼 두근거리며 나는 대전시의 최고 권력자 앞에 섰다. 그 때의 사건과 감정을 담아 쓴 시가 다음 작품이다.

 

 나는 시간의 웅덩이에서 올챙이 헤엄을 치는 책가방을 든 오학년이었고

  당신은 시청현관에서 지프차에 타려는 황금개구리 눈을 가진 시장이었다

  내 눈과 당신의 눈이 세세년년의 놀이에 빠진 스승과 제자처럼 서로를 보았다

  네 아버지가 시청에 다니시니?

  아니요, 시립도서관에 공부하러 왔습니다

  그래, 네 아버지께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고 대전시장님이 말씀하더라고 전해라

  내 마음은 근두운을 탄 손오공처 럼 절벽너머 노을구름으로 넘어갔고

  당신은 어둠을 미간에 빨아들인 붕새처럼 웃으며 천년하늘로 날아갔다

  시장은 예언은 그 때부터 내 심장에 불길을 보내는 데몬으로 변했다

  훌륭함이란 지식이 먼지로 스러지는 도서관의 서가에 있는 것 같기도 했고

  휼륭함이란 철제대문과 정원이 있는 시장의 관사에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예언을 이루기 위해 신념의 뒷골목을 비밀수사관처럼 배회하였으며

  세계운동과 인과의 황금열쇠를 찾아 꼬리를 자르고 개구리의 세계로 나갔다

  큰 바위얼굴의 생애나 위인들의 일생이 개구리의 도약을 재촉했다

  예언의 퍼즐을 풀지 못하고 나는 대학졸업을 하고 직장을 잡고 결혼을 했다

 

  나는 숫자의 고해에서 기호의 미궁에 빠져 직장가방을 든 오십이었고

  당신은 이장하는 아버지무덤에서 흰 이빨로 웃고있는 죽음의 얼굴이었다

  내 눈과 당신의 눈이 천년 전 우물과 하늘처럼 서로를 노려보았다

  너 훌륭한 사람이 되었니?

  아니요, 아직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 네 마음속의 예언에 사는 시장님에게 내가 지켜보고 있다고 전해라

  내 운명은 미래가 블랙홀처럼 어두워진 세기말의 아마겟돈 속에 있었고  

  당신은 이무기처럼 웃으며 명왕暝王이 사는 궁전에 만년 잠을 자러 내려갔

  다    

   ㅡ「데몬 이야기」전문

  

  내가 다니던 대흥초등학교는 대전 시내에서 부자집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였다. 명문이던 대전 중학교 합격률이 제일 높았다. 대전 유지의 자녀들이 편입을 왔고 치맛바람은 거셌다. 대전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초등 육학년 때 나는 매일 시험답안의 틀린 숫자만큼 매를 맞으며 공부했다. 대전 중학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서 대전고등학교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수업프로그램은 모두 입시위주였다. 대전고등학교에 입학했더니 교장으로부터 매주 월요일 훈화조회를 1시간씩이나 받아야 했다. 주제는 너희들은 모두 엘리트집단이니 입신양명해서 사회와 나라에 공헌해야 한다는 요지였다. 말은 그럴 듯 했으나 출세하고 돈 벌라는 얘기로 들었다. 도내 최고의 선생님들이 동원되었고 부모들이 따로 내는 기성회비와 찬조금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외적인 분위기의 한 편에 나는 도지사관사를 보면서 자란 내 잠재의식안의 소망이 있었다. 나는 넓고 화려한 집에 사는 내 마음속의 성주(城主)/괴물을 꿈꾸었다.

  인간은 언어와 교육을 통해 사회의 법과 윤리 가치관을 받아들이면서 그 문화권의 상징질서에 편입된다. 상징질서내의 그는 사회가 강제하는 직업과 역할을 페르소나(personna)로 받아들여 직장에 나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시민이 된다. 자본사회는 입신양명을 통해 출세와 돈을 벌도록 장려한다. 상징질서의 사회에서 소비하는 인간의 욕망이 상품과 광고에 유혹당하고 자본의 꿈에 잠긴다. 발터 벤야민은 이런 현실을 ‘아케이드(arcade, 상가밀집지구)’라고 명칭했다. 문화는 꿈(욕망)의 전망이 만들어 낸 ‘전시물’이라는 정의이다.

  입신양명을 하겠다는 어릴 적 내 꿈은 문화사회적 산물인 페르소나(persona)의 꿈이다.  그러나 시에서 보다시피 내 꿈의 내면은 욕망/상징으로서의 기호들로 가득 차 있다. 시안의 상징질서 안에 상상계의 욕망이 들어오고 신화적 이미지의 내면에는 실재계의 변형된 목소리도 들어와 있다. 내가 현실에서 출세한 인간대신 시인이 된 이유를 가끔 생각해본다. 내 시 안에 있는 타자의 목소리가 다른 명령을 한 것 같다. 토트모스의 꿈과 같은 스핑크스의 목소리가 내 외면의 욕구를 눌러 이겼다.    

  꿈은 유혹이고 인간을 욕망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한다. 꿈은 현실에서 얻지 못한 대상의 대리만족이다. 그래서 발터 벤야민은 꿈을 욕망/상징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해석이란 꿈에 잠기는 것이 아닌 의식의 각성으로 꿈을 바라보는 일이다. 시란 욕망의 꿈꾸기이지만 동시에 의식의 각성으로 거리를 두고 꿈을 바라보는 일이다.

  내 안의 데몬(demon)을 나는 밤에 꾸는 꿈과 현실에서의 백일몽과 또는 내가 시를 쓰는 순간의 환상공간에서 만난다. 내 안의 데몬(demon)이 말한다. “심장의 거울 밖에서 거울 안의 나를 보아라/ 너는 고아처럼 길을 잃었구나.” 나는 ‘길’을 찾아 먼 길을 가는 중이고 지금은 시가 그 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느 날  데몬(demon)이 다른 ‘길’을 보여주면 나는 보르헤스가 만났던 ‘시간이 두 갈래로 갈라진 지점’에서 방황하는 자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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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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