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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부문 우수상>



히말라야

손지아


 

수억 설산

히말라야로 가는 짐을 꾸린다

둥둥 가슴에 북을 달고

딸들이 달려온다

꿈인지 생시인지

얼어붙은 가슴이 울린다

어린 것들이 둥둥 가슴을 친다

천둥이나 번개가 허공을

구름은 폭우가 되어

사람이나 나무를 치고

살아서 움직이는 것들만이

성장과 소멸을 가져다 주듯

자식들이 크는 것도 보지 못하는 어미가

가야할 곳이 있다면 아마 히말라야일 것이다

따뜻하다든지 눈물을 흘린다든지

가지고 태어난 것조차 허용하지 않은

히말라야 설산은

상징적인 어미와 닮아 있다

어미처럼 돌아올 무엇을 가지고 없는

수억 기억일 뿐이다

어린 것들의 가슴이 허공이 되었나 보다

둥둥 북을 울리며 눈물 그렁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환영

허공이 없다면 천둥도 번개도 성장도 소멸도 없을 우주가 되어

끝내 사라지고 기억을 용서해 다오

아무것도 허락지 않고

초월적으로 빛나는 설산처럼

생을 낳고 기억이 어미처럼

허공이 되어





단추를 채우며

 

정혜선

 

 

급하지 않은 기다림은

개의 구멍으로 간다

“눈이 어두워 이제 바늘귀가 보이네”

온돌마루에 배를 깔고 누워 읽는 어린 소녀와

조심스레 손녀에게 바늘과 실을 부탁하는 할머니

방에서부터

줄로 나란히 단추들처럼

차례차례 꿰어지는 구멍이 있고, 실이 있다

셔츠 한쪽에 늘어선 구멍들과

차례로 맞추어질 건너편의 단추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멀지도 가깝지도

크지도 작지도 않게, 어김없이

침으로 축축해진 끝을 따라 파고드는

몸이 떨리도록 정확한 꿰맞춤

잘못 채운 구멍의 끝에서라면 반드시 길을 잃고 말지

무서웠나봐

나의 작은 구멍에

단추도, 바늘도, 어떠한 미래도 담을 수가 없을까봐

껌뻑껌뻑 거울을 본다

채워주지 못한 단추들이 비눗방울처럼 부푼다, 떠오른다

놓칠세라 방울을 향해 손을 뻗지만

앞자락이 풀리고, 나는 그만

속을 끌러 울고 말아

 




<시부문 가작>


  진공청소기

 

박애린

 

 

  번도 뱉어보지 못한 말들이 있다

  안으로 쌓아두기만 하던 몸짓이 있다

 

  문득 전원이 켜지듯 너를 부둥켜안고 싶을 때마다

  폐부 어딘가로 부터는 비릿한 상처의 냄새가 흘러나

왔고

  울컥 각혈하는 열망들을 겨우 삼켜내곤 했다

 

  쏟아내 없어 그대로 고체가 되어버린 울음이

있다

  천연한 너의 뒷걸음은 무수한 칼날을 털어내며 반짝

이므로

  쓰린 바닥을 핥는 진공은 과부하의 붉은 사인을

향해 달리고 있다

 

  어느 치사량의 나날들이 찢겨지고 느닷없이

러그가 빠지듯 가볍게 내버려질

  무표정의 심장은 부서져도 균열 아직 핏기

가시지 않은 낭종처럼 빽빽하게 박혀있을

  그렇게 토해내지 못하고 깊이 웅웅대기만 하던

바람이 있다

  순간도 마음껏 미쳐보지 못한 사랑이 있다





<시부문 장려상>


연근조림   

장종수

 

 

연등(蓮燈)으로

수놓은 사랑

실연(失戀)으로

잘록잘록 설음으로

구공(九空) 맴돌다

사우나 하고

코발트 장유(醬油)

오렌지 물엿으로 선팅하고

구공에 마음 비우니

“무우가 바람 들었다”는 우스개에

연근조림도

아하 덩달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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