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파도는 저렇게 몸을 세워서

조회 수 1939 추천 수 0 2017.06.01 23:23:40
저자 : 오정국 



images.jpg



파도는 저렇게 몸을 세워서

           -오정국



파도는 파도쳐서

여태 한 번도 말해진 적 없는

파도가 된다

 

그 어디에 몸을 세워도 사방이 환하다

 

파도는

스스로의 높이를 견딜 수 없어 허물어진다

이 지상 어디에도 몸 숨길 데 없는

한 무더기 누더기나 개 같은 것이

팽팽하게 감아쥐는

한 획의

수평

 

파도는

헐벗은 맨몸을 걸어둘 데 없으니

부딪치고 싸워서 저희들을 기억한다 꼭 그렇게,

쓰레기가 밀리는 해변이 있듯이

눈먼 파도가 나에게 달려와서

내 죄를 묻겠다고 공중으로 떠오르고

 

파도는 파도쳐서

사문난적의 깃발처럼 흔들리는데,

어찌 저 바다를

내 전신거울로 삼고자 했던가

 

바다는

파도 한 자락 끊어먹지 못했고

파도는 파도쳐서

두 번 다시 말해질 수 없는

파도가 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저자 날짜sort 조회 수
213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file 허수경  2018-10-09 29
212 그리운 바다 성산포 file 이생진  2018-09-15 87
211 암호해독 file 김은자  2018-09-10 89
210 복숭아 file 최연홍  2018-09-02 93
209 노자의 시창작 강의 file 이진우  2018-08-22 130
208 키아마*의 고래 file 권혁재  2018-07-29 156
207 찔레 file 문정희  2018-06-16 336
206 너무 많은 입 file 천양희  2018-05-16 394
205 슬프고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 file 함민복  2018-05-16 387
204 강철나비 file 손택수  2018-05-08 376
203 소금쟁이 file 박지웅  2018-04-11 563
202 원시遠視 file 오세영  2018-02-19 688
201 지상의 양식糧食 file 오세영  2018-02-12 677
200 희망에게 file 권귀순  2018-01-03 1156
199 바람의 냄새 file 윤의섭  2017-11-16 1724
198 십일월의 데생 file 이규봉  2017-11-08 1518
197 프랑스 요리 file 이인주  2017-09-30 1322
196 시간의 거처 file 조삼현  2017-09-03 1604
195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file 김왕노  2017-07-08 1798
» 파도는 저렇게 몸을 세워서 file 오정국  2017-06-01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