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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찾아서

조회 수 9802 추천 수 0 2014.01.31 12:07:13
저자 : 정희성 

                        poem.jpg




詩를 찾아서



말이 곧 절이라는 뜻일까 
말씀으로 절을 짓는다는 뜻일까 
지금까지 시를 써 오면서 
시가 무엇인지 
시로써 무엇을 이룰지 
깊이 생각해볼 틈도 가지지 못한 채 
헤매어 여기까지 왔다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엔 
절 없이 절터만 남아 있고 
강원도 어성전 명주사에는 
절은 있어도 시는 보이지 않았다 
한여름 뜨락에 발돋움한 상사화 
꽃대궁만 있고 잎은 보이지 않았다 
한 줄기에 나서도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고 
꽃이 잎을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 
아마도 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인 게라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마음인 게라고 
끝없이 저자 거리 걷고 있을 우바이 
그 고운 사람을 생각했다 
시를 찾아서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발표 안 된 시 두 편만 
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 
부자로 살고 싶어서 
발표도 안 한다 
시를 두 편 가지고 있는 동안은 
어느 부자 부럽지 않지만 
시를 털어버리고 나면 
거지가 될 게 뻔하니 
잡지사에서 청탁이 와도 안 주고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거지는 나의 생리에 맞지 않으므로 
나도 좀 잘 살고 싶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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