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감자꽃 따기

조회 수 16133 추천 수 0 2014.08.18 08:01:57
저자 : 황학주 

감자꽃.jpg



감자꽃따기

 

황학주

 

 


네가 내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었는지 흰 감자꽃이 피었다 

폐교 운동장만한 눈물이 일군 강설降雪 하얗게 피었다 

장가가고 시집갈 때 

모두들 한 번 기립해 울음을 보내준 적이 있는 시간처럼 

 

우리 사이를 살짝 데치듯이 지나가 슬픔이라는 감자가 달리기 시작하고 

따다 버린 감자꽃의 내면 중엔 나도 너도 있을 것 같은데 

감자는 누가 아프게 감자꽃 꺾으며 뛰어간 발자국 

 

그 많은 날을 다 잊어야 하는, 두고두고 빗물에 파이는 마음일 때 

목울대에도 가슴에도 감자가 생겨난다 

감자같이 못 생긴 흙 묻은 눈물이 넘어 온다 

 

우리 중 누가 잠들 때나 아플 때처럼 

그 많던 감자꽃은 감자의 안쪽으로 가만히 옮겨졌다  





- 《시와표현》 2014 여름호 






-----------------------------------------------------------------------------------------------


[따끈따끈한시] 살구나무가 있는 여행 외 1편 / 황학주  황학주 시인

1954년 광주에서 출생. 세종대·한양대 교육대학원 및 우석대 대학원
국문과(박사과정)를 졸업.  1987년 시집 『사람』으로 등단한 이래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생 담요』,
『루시』,  『노랑꼬리 연』 등의 시집 펴냄. 제3회 서정시학 작품상 등을 수상.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저자 날짜sort 조회 수
169 나무길 file 문정영  2015-12-17 6942
168 file 이기철  2015-12-01 6869
167 적막한 말 file 김경식  2015-11-06 7646
166 반쯤 지워지다 file 마경덕  2015-10-06 7392
165 오래된 독서 file 김왕노  2015-09-18 8890
164 껍질과 본질 file 변희수  2015-08-23 7506
163 百年 file 문태준  2015-07-17 7120
162 대밭에서 file 허형만  2015-06-25 8449
161 꽃병 file 채호기  2015-06-01 7540
160 춤추는 은하 file 황동규  2015-05-19 9390
159 봄의 완성 file 정용화  2015-04-20 8502
158 수선화에게 file 정호승  2015-03-16 8958
157 나의 방명록 file 정호승  2015-02-24 9308
156 오래된 신발 file 고창남  2015-02-02 10816
155 레몬 file 김완수  2015-01-12 10661
154 겨울바다 file 김남조  2014-12-03 11512
153 담배 끝에 매달린 사람 file 김기택  2014-11-10 11364
152 지구인 명상 file 신지혜  2014-10-22 12539
151 시 월 file 이문재  2014-09-30 12366
150 9월의 시 file 문병란  2014-09-03 10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