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꽃병

조회 수 7610 추천 수 0 2015.06.01 14:41:56
저자 : 채호기 

f.jpg



꽃병 

 

채호기 

 





저 꽃병은 자신이 흙이었던 때를 기억할까?

꽃은 산모퉁이에, 들판에

사라지는 목소리들로 사그라지고

꽃이 없는 빈 병이 아름답다.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꽃병의 자매였다는 것을 마침내 알아챘을까?

아무것도 꽂지 않았을 때

비로소 자기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죽음 다음에는 그 무엇도 없기에

눈에도 흙을 뿌리고

입에도 귀에도 흙을 채운다.







---------------------------------------------------------

c.jpg

채호기 시인
  

1957년 대구에서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대전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1988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슬픈 게이』(문학과지성사, 1994)『밤의 공중전화』(문학과지성사, 1997),

『지독한 사랑』(문학과지성사, 1999), 『수련』(문학과지성사, 2002), 

<손가락이 뜨겁다>(문학과지성사, 2009)가 있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저자 날짜sort 조회 수
171 양을 찾아서 file 구녹원  2016-01-08 7263
170 새해 아침 file 오세영  2015-12-31 7008
169 나무길 file 문정영  2015-12-17 7037
168 file 이기철  2015-12-01 6973
167 적막한 말 file 김경식  2015-11-06 7728
166 반쯤 지워지다 file 마경덕  2015-10-06 7464
165 오래된 독서 file 김왕노  2015-09-18 8980
164 껍질과 본질 file 변희수  2015-08-23 7585
163 百年 file 문태준  2015-07-17 7190
162 대밭에서 file 허형만  2015-06-25 8524
» 꽃병 file 채호기  2015-06-01 7610
160 춤추는 은하 file 황동규  2015-05-19 9489
159 봄의 완성 file 정용화  2015-04-20 8557
158 수선화에게 file 정호승  2015-03-16 9036
157 나의 방명록 file 정호승  2015-02-24 9387
156 오래된 신발 file 고창남  2015-02-02 10923
155 레몬 file 김완수  2015-01-12 10752
154 겨울바다 file 김남조  2014-12-03 11600
153 담배 끝에 매달린 사람 file 김기택  2014-11-10 11420
152 지구인 명상 file 신지혜  2014-10-22 12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