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9.03.16 16:10

박 현숙

추천 수 0 댓글 6
Extra Form
장르 시, 수필
이메일 hyun-spark@hotmail.com

사진 박현숙.JPG


* 경북 대구 출생
* 메릴랜드대 사회학/사회사업 졸업
* 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당선
*[창조문예] 시부문 신인상

* 현 워싱턴문인회 회장


*************************************************************************************

                                                                                                                                     


                    아버지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

                     마루에 걸터앉아

                     물 가득 담은 놋대야에 발을 담그신다

                     시원해진 발만큼 훤해지던 아버지의 젊은 모습

                     온종일 삶을 지탱하고 있던 발 내려놓으며

                     담 너머 어둑해오는 골목길 망연히 보시던 아버지

 

                     불혹의 나이 들어선 안개 속 나날

                     앞마당 무화과 막 열리던 초여름

                     무엇을 생각하셨을까

                     아득한 꿈 하나 세우며

                     먼 바다 향한 마음 키우고 계셨을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직도 한결같이 고요한 저 노인

                       내 아버지 발을 씻겨 드리고 싶다

                       태평양 건너참으로 먼 길 온 겸손한 발

                       그 앞에 무릎꿇고

                       움츠린 발가락 천천히 풀어 드리고 싶다







  • mimi 2009.07.04 15:59

       

     

            
           고구마  순                                                                   

     

     

      “이것 좀 봐.

    감동으로 얼굴이 상기해진 남편이 나에게 가져 왔다.  아침부터 소리도 없이 보슬 보슬 가늘게 내리는 봄비로 

    인하여 토요일 아침 운동을 포기한 우리는 대신 봄맞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고구마의 순을 발견

    한 것이다.

    어쩌면....!  둘 다 할 말을 잃고 고구마를 바라보며 잠시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아주 조그만내 새끼손가락 손톱 보다 더 작은 녹색 잎이 똑 같이 가냘픈 가지 끝에서 꽃처럼 피어 있었다.  

    짙은 자주 빛 줄을 친 연한 잎은 마치 신생아실에서 금방 나온 갓난아기의 실핏줄을 보는 듯하였다.  경이로

    웠다새 생명 이였다.

    아무렇게나 대바구니에 담아 부엌 한 쪽 어둔 곳에 겨울 동안 무심히 두었던 고구마였다.

    봄이라고.... 이것도 생명을 가졌다고....

    나의 가슴이 조용히 뛰었다.

    문득 지난 작문반의 Ruth의 시가 생각났다.  시 마지막에 그녀는 “old paths peter out, making room for the 

    new." 라고 썼다.  그 마지막 부분에 대하여 내가 느낀 것을 발표하며 바라본 주름진 얼굴의 그녀의 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내 인생의 반이 꿈결 같이 지났다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서 각 자의 삶을 살기 위해 힘차게 떠났다.  나는

    남편과 함께 두 아들 에게 건강함과자신과 사회에 대하여 바른 마음을 지닌 젊은이로 자라도록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사랑과 보조를 하기에 힘썼다.  그리고 때가 되매 그들은 날개에 힘을 싣고 훨훨 날아갔다

    매년 한 해가 저물 때마다 우리 부부는 조금씩 더 힘을 잃어 갈 것이고언젠가는 메마르고 기운 없는 늙은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새 순을 세상에 내 보낸 저 마른 고구마 같이

    어둠 속에 묻혀서 안간힘을 다해 새 순을 내 보낸 고구마가 장하게 보였다.  어린 생명이 하나씩 온 힘을 다해 

    고구마의 몸을 밀고 나올 때 마다고구마는 속으로 조금씩 마르고 있었으리라.  저렇게 사랑스러운 어린잎을

    세상에 내 보내기 위하여.  그리고 아무런 미련 없이 껍질만 남기리라.

    인생의 마지막에 나 역시 평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기를 바란다.  아들들이 세상에서 각자의 몫을 든든히 하는

    것을 바라보며그들이 나에게 준 셀 수 없이 많은 기쁨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서.

    마치 무엇을 잡을 듯이 공중을 향해 가지를 뻗어 나가는 고구마의 어린 순을 바라보며삶의 한 가지 변함없는

    진실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희생이다.  세계는 늘 누군가의 크고 작은 희생이 있었기에 이만큼 발전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떠한

    목표를 두고 그 누군가가 희생할 때 일어났던 많은 변화가 역사 속 에 있음을 안다.  며칠 남지 않은 부활절을 

    앞두고 무엇인가 내 마음의 변화와 결심을 촉구하는 봄 청소가 되었다.  대체로 모든 사물을 무관심하게 대하든

    나에게서 요즘 들어서서 조그만 것에서도 감동을 느끼는 새로운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이것도 역시 나이

    들어감의 예민함인가? 아니 중년의 여유로움이리라.

                                                           




    .
  • mimi 2009.07.04 16:45

                                                                                                                                                                                                                                                                                                              

                                              조 약 돌                                                                                                                                                                                                                                                        

       요즘 나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괜스레 책상 앞에 앉아 무심히 놓여 있는   조약돌을 그윽이 바라보다가 손안에 넣고 만지작거리는 것이다내 책상 위 한쪽에 까만 쟁반 안에는 여러 색깔의 조약돌들이 담겨있다지난번 Ontario 호수에 갔을 때 그 호수에서 가져온 것들이다여행을 다닐 때 기념품을 사 집안을 예쁘게 장식하며 모아가는 재미를 가진 친구와는 달리 나는 몇몇 친지들 줄 것만 대충 사고는 빈손으로 다녔다무엇을 어디다 모아 두기도 협소한 장소 탓도 있지만, 늘 시간에 쫓겨 지나는 생활이고 보니 차분하게 앉아 그 모아둔 것을 반짝 반짝하게 닦아 가며 즐길 여유가 없음에 아예 집에 가져 오지 않기로 한 것이다그저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갖고 기본적인 생각 만 하고 지나는 삶에 익숙해진 것이고, 무엇이든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것이 별로 없는 내 성격 때문이기도 하리라그런데 마치 바다 같이 끝이 보이지 않게 광활한 그 호수에서 이 조약돌들을 보는 순간 무엇에 홀린 듯 주워 담았다찰랑거리는 맑은 호수 물밑에 정갈하게 잠겨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씩 하나씩 그 호수의 물을 담아 올리듯 가져와 책상 위에 두었다나의 첫 수집품이 된 것이다. 공연히 마음이 설레었다이 돌멩이들은 언제부터 이 호수에 있었을까돌 하나하나 마다 그 큰 호수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한 타스도 넘는 조약돌들을 바라보며 그 독특한 모습에 매번 넋을 잃고 바라본다큰 돌은 직경이 3 인치는 족히 될 것 같고, 가장 작은 돌도 반 인치 직경은 되는 것 같다색깔도 다양하여, 짙은 회색부터 시작하여 밝은 회색과 살색 또 거의 주홍색에 가까운 것도 있다. 모양도 얼룩말 같이 몸 전체에 줄이 그어져 있는 것도 있고, 온 몸이 광채로 빛을 내는 것도 있으며, 어떤 것은 사방에 작은 구멍 이 뚫려져 있어 마치 붕어 새끼가 입을 열고 물을 마시듯 온 몸으로 물을 마시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다이렇게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각각 다른 이 돌 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 둥글다는 것이다각진 것이 하나도 없다둥글다길게 둥글고, 납작하게 둥글고, 동그랗게 둥글다하지만 그 둥근 형태에도 개성이 있다하나도 같은 것이 없어 면 서도 하나 같이 다 예쁘며 저마다 그 큰 호수를 담고 있다청명한 하늘 아래 바다인지 호수인지 아득하게 먼 수평선이 보이고, 잠시 눈 감으면 호수의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친다손에 잡으면 내 손안에 부드럽게 들어와 이리 저리 손바닥 안에서 구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체온으로 따뜻하여져 항상 나와 같이 있은 양 정겹고 편안하다작은 것들은 네, 다섯 개 모두 손안에 넣어 이쪽저쪽 양쪽 손으로 옮길 때마다 부딪치어 내는 소리는 저절로 어린 시절로 내 마음을 이끈다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서 이처럼 둥근 편안한 모습으로 남게 된 것일까손끝으로 그 기나긴 세월을 감지해본다그러나 처음 한때는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는 조약돌에서 내가 기억하는 것이 호수 인가 여겼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나는 그것을 만져보며 바라보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움 이였다고향의 깊은 산 속, 그 절간으로 가는 길에 있던 계곡이 그리워 이렇게 하염없이 돌을 바라보며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조약돌은 거기에도 있었다. 언제 갔는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털 털 털 거리는 시골길을 뽀얗게 먼지를 내며 달리던 시외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걷다 보면 한 순간 외길 산길이 나오고, 그 산길 옆에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졸졸졸 소리 내며 흐르던 맑은 계곡물, 그곳이 너무 그리워 그 호수의 조약돌을 건져 온 것이다마치고 향을 건져 오듯조국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두 배를 넘게 이곳에서 살았는데도, 아직도 나는 내 생활 구석구석에서 불쑥 불쑥 솟아나는 고향을 기억해내며 그리움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아니 단 한 번도 놓으려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까지 지내 왔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이리라아이들을 다 키워 보내고 조금씩 여가 시간이 많아질수록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비례하는 것 같다타박타박 걸어올라 가던 그 산길, 그 계곡의 물소리, 산속 나뭇잎들을 흔들던 바람 소리, 그리고 그 바람이 불 때마다 고즈넉하게 울려오던 절간의 처마 밑 풍경소리 모두 다 멀고 아득하기만 하던 것들이 앞 다투며 일어서 선명하고 아련하게 내 마음을 저려온다봄 여름 가을 겨울 흐르던 물 밑에 아무렇게나 뒹굴며 마침내 둥글어진 그 조약돌마저도.


  • hyun 2009.08.07 00:29






    분갈이



    무슨 장한 일이라도 한 아이처럼
    화분을 가득 안고 들어서는 그
    마른 흙에서 화초를 꺼내어 옮긴 화분
    새 흙으로 채우고 물을 준다
    달게 받아 마시는 화분
    그를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나는 그의 삶에 새 흙이었을까
    오랫동안 마주 보며 목말라 하다
    우리는 뒤늦게 물을 주기 시작했다
    간격은
    자라는 나무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함께 살며 불같이 집착하고 요구하다
    지쳐 물러선 사이에 생긴 틈
    돌아보니
    그 틈 사이가 분갈이었고
    넉넉한 그늘의 시작이었다




  • hyun 2009.08.11 23:03




               가지빛에 들다


     

           남은 음식을 텃밭에 묻는다

           모두 산화되어 형체를 알 수 없게 된 그 곳에서

           조그만, 그러나 야무진 가지 하나 열렸다


           뒤 뜰이 갑자기 자줏빛으로 조용해졌다


           소음 천국 맨하튼 같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생각들도

           삶의 발자취에 묻히고 다져지면

           오, 오

           저런 고요히 빛나는 등불 하나 켤 수 있을까


           찌꺼기에서도

           생명을 탄생시키는 대지에

           침실 한 벽 자주 빛으로 칠하고 침전한다

           한 줄기 말간 가지 빛 그 고요에 든다


                                                                  내 생애 한 번

                                                                  저리 빛날 수 있다면



           




  • mimi 2009.08.20 09:24




    구토



    몸은
    마음보다,  더
    정직하다
    세상을 바라보며
    어정쩡한 마음
    엉거주춤한 내 모습
    외면하고 싶을 때
    나쁜 것은,  어느 것이라도
    완강하게 거부하는
    몸의 의지가 경이롭다

    생각해 보니
    내 마음은
    몸 뒤에 늘 숨어서
    한 번도
    제대로
    토해내지 못했다






  • Suan 2011.07.01 10:00


                                                      


    그 외딴 집




    이렇게 폭설이 내리면

    문득 그 곳이 그리워 진다

     

    통나무 서재에 오도카니 앉아

    바라보던 먼 산, 휑한 들판

    안개는

    할머니의 큰 무명치마처럼

    늦가을 푸근히 감싸 주었네

     

    지붕 낮아 더욱 고즈넉한

    그 외딴 집에

    소복이 눈은 쌓이고

    내 마음은 이미

    흩날리는 눈 속

    샤갈의 하얀 날개 여인이 되어

    전나무 오솔길 아득히 바라본다

     

    젖은 하늘 울리던

    집 뜰에 묶인 개 짖는 소리

    아직도 간헐적으로 들리는 듯하여

    나도, 컹컹

    허공을 울고 싶다

    이 눈부신 쓸쓸함에 갇혀





  1. 김영주

    Reply1 Views7664 장르소설 이메일giantess@gmail.com
    Read More
  2. 김용미

    Reply0 Views1081 장르 이메일
    Read More
  3. 나은해

    Reply0 Views4602 장르 이메일woowoo1230@mail.com
    Read More
  4. 노 세웅

    Reply4 Views8296 장르 이메일swro@hotmail.com
    Read More
  5. 류명수

    Reply0 Views2792 장르시조 이메일myungryukim@gmail.com
    Read More
  6. 문숙희

    Reply0 Views129 장르 이메일kalchee3077@gmail.com
    Read More
  7. 박 앤

    Reply8 Views7220 장르 이메일apmp051217@gmail.com
    Read More
  8. 박 현숙

    Reply6 Views7976 장르시, 수필 이메일hyun-spark@hotmail.com
    Read More
  9. 박경주

    Reply0 Views2234 장르 이메일kjpark818@gmail.com
    Read More
  10. 박명엽

    Reply0 Views3631 장르 이메일moonpark1125@gmail.com
    Read More
  11. 박숙자

    Reply0 Views697 장르소설 이메일sukzah@yahoo.com
    Read More
  12. 박양자

    Reply0 Views4603 장르 이메일allegro535@hanmail.net
    Read More
  13. 박지연

    Reply0 Views4389 장르 이메일jypmar@hanmail.net
    Read More
  14. 박태영

    Reply0 Views5429 장르 이메일parkhappymaker@gmail.com
    Read More
  15. 배 숙

    Reply0 Views4076 장르 이메일sookyou@gmail.com
    Read More
  16. 배정로

    Reply0 Views7074 장르소설 이메일seonkorea@hotmail.com
    Read More
  17. 백남숙

    Reply0 Views6008 장르소설 이메일namsuk4520@hanmail.net
    Read More
  18. 서윤석

    Reply8 Views6843 장르시, 수필 이메일younseokseo2004@yahoo.com
    Read More
  19. 송윤정

    Reply0 Views2458 장르수필 이메일saraha921@hotmail.com
    Read More
  20. 양미원

    Reply0 Views119 장르수필, 시 이메일miwony@gmail.com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Next ›
/ 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