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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권 신부의 음악이야기>
 



                    바하와 미니멀리즘                                        

                                                                    최영권 신부

 

 

 이제 가을은 무르익음을 지나 자연은 이미 겨울의 언어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떨어진 낙옆의 마지막 숭고함을 존중이라도 하듯 서서히 나무의 몸통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동양화가인 김경암 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꽃이 만발합니다. 그런데 그 꽃이 만발하여 절정의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은 약 10여분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시들어가는 과정에 들어갑니다. 눈으로 그 순간 순간을 포착하긴 힘들지만.” 그 절정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옛날의 화가들은 며칠간을 주야로 대기하며 관찰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간단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 볼 수 있는가. 모든 생명을 가진 것들은 출발점이 있으며 어느 절정 시점을 향하여 그 생명이 살아나가다가 그 절정 시점을 잠시 유지하다가는 곧 종점을 향하여 시드러지는 과정을 살아간다는 점이다. 모든 자연의 섭리가 그렇다. 하루의 과정을 보더라도 해가 뜨면 중천을 향하여 움직이다 중천에 떠 있는 순간 사람이 인식하기 어렵겠지만 바로 이미 지는 과정을 향하여 해는 움직인다.


이 과정을 음악으로 노래한 작품이 있다. 요한 세바스챤 바하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C장조 전주곡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I, Prelude No 1 in C Major)을 들어보면 채 220초도 안되는 짧은 곡에 바하는 인생의 아니, 우주의 진리에 접근하고 싶어하는 환상적 시도를 이끌어낸다. 즉 모든 것은 변한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그러면서 바하가 고발하고 싶은 점은, 변하되, 인식이 감지가 안되는 변화에 대한 참 인식을 그려보고자 한 작품이다. 이러한 음악을 작곡계에서는 “Minimalism” 이라고 한다. 미니멀리즘이란 말은 1950년대에 생겨난 말이지만 이미 바하는 그 시대에 미니멀리즘이란 단어만 사용하지 않았었지 이미 미니멀리즘의 음악을 구체화한 장본인이였다. 이 작품의 미니말리즘의 언어는 베이스 음에 있다. 이 작품을 듣다보면 새로운 마디가 전개되어가는 동안에 베이스음은 한동안 계속 같은 음을 유지한다. 그러면서 그 음 위에 펼쳐지는 화성학적 동선은 한꺼번에 화음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음, 한 음, 서서히 기존의 화성과 새로운 화성의 오버랩핑 (Overlapping)을 구사하는 가운데에 변화를 시도하며 움직인다. 그러면서 어느 덧 클라이맥스에 와 있으면 완전히 다른 리얼리티에 잠시 머물다, 곧 바로 회귀 를 향하여 역시 미니멀리즘의 언어로 서서히 움직인다. 짧은 220여초의 시간에 인생을 맛보게 해주는 곡이다. 가을이 퇴장하고 겨울이 입장하는 이 시점, 자연이 창출해내는 미니멀리즘의 예술- 곧 우리 인생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기도 하다. 아직도 음악이론가들과 음악학자들은 말한다. “바하의 음악은 과거의 한 이벤트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미래의 창조적 음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즉 바하의 음악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불협화음과 무조음악을 지향하는 현대 작곡가들에게 여전히 바하의 음악은 풍부한 미래적, 예언적 자원을 제시한다.

 

얼마남지 않은 가을과 겨울이 함께 만들어가는 미니멀리즘적 소중한 공간에 바하의 멜로디를 싣고 

집 문을 나선다

햇빛에 반사된 금빛 땅색이 환히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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