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우습게 만든 詩人

 
                                                         
                                                                박은주 문화부장(조선일보, 2013.07.12)

 

                 

  안도현 시인이 '절필 선언'을 하고 이틀이 지나서였다. 전화 속 독자의 목소리는 화가 나 있었다. "안씨는 2010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는 창작 지원금을 2000만원 받았다. 그때도 우석대 교수였다. 베스트셀러를 내서 인세도 상당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난한 동료에게 돌아갔으면 좋을 지원금을 챙겼다"는 것이었다. "땅이라는 시를 봐라. 검약, 청빈을 얘기한다. 어느 순애보 시인이 아내와 사별 후 여대생과 살고 있다는 기사를 봤을 때의 역겨움, 그걸 다시 느꼈다."

그는 '역겹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이라는 시의 일부는 이렇다.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관련 기관에 알아보니 안도현씨가 실제로 받은 돈은 1000만원에 불과했고, 절차에 하자는 없었다. 해마다 약 80명에게 주는 창작 지원금을 받으려 1000여명이 신청을 한다. 창작 지원금이 거의 유일한 목돈인 전업 시인도 적지 않다. 독자의 분노에 기자도 어느 정도 동의한 이유는 시() 또는 시인이 우리의 눅진한 삶에서 희망과 정의의 '방습제'가 되고, 시인의 삶도 시와 닮았을 것이란 순진한 생각 때문일 것이다.

문인의 '절필 선언'은 처음이 아니다. 김주영도, 박범신도 과거 '슬픈 자해' 방식으로 절필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논란은 없었다. 안도현 시인은 '절필'하며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 맹세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후 인터뷰에서는 "현실을 타개해 나갈 능력이 없는 시를 오래 붙들고 앉아있는 게 괴롭다"고 했다.

그런 그가 '절필 선언' 전후 올린 글은 두 가지 부류다. 시와 비슷한 잠언류('저녁은 오늘 하루 열심히 땀 흘리고 일한 사람들의 밥그릇에만 담겨라'), 그리고 박근혜 정부를 '씹는' 문장이다. 〈박근혜나 이명박 따위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나는 차라리 욕먹는 종북 세력으로 낙인찍혔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정리해서 '국정원 반란 사건'으로 불러도 좋겠다는 생각〉. '절필 선언'이라 쓰고, '정치 전업 선언'이라 읽고 싶은 마음이다.

소설가 공지영은 "박정희 전두환 때도 시를 썼던 안도현, 그때도 검찰에 끌려가진 않았다. 이제 검찰 다녀온 시인의 시를 잃는다"란 글을 올렸다. 이건 창의적 공상이다. 공씨 발언은 문재인 시민캠프 공동선거위원장을 맡았던 안씨가 '도난된 안중근 유묵을 박근혜 후보가 갖고 있다는데 밝히라'는 취지의 발언을 SNS로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알아 둘 게 있다. 이 사건은 선대위원장 안도현에 관한 사건이고, 필화가 아니다. 필화를 겪은 이들이 억울할 일이다.

'문재인, 안철수를 찍는다면 역적'이라고 말한 김경재 전 새누리당 특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문재인 후보가 김일성 무덤에 헌화 참배했다'고 말한 김중태 전 대통령직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시인이 아니니 검찰에 끌려가도 괜찮은 건가.

시 한 줄 때문에 감옥에 가고, 간난의 세월을 보낸 시인들이 있다. 안씨의 명성이 대단하다 한들, '시가 무력하다'며 단박에 시를 초라하게 만들 자격이 있는 건가. '붓을 꺾는다'고 선언한 시인이 손가락으로 트위터를 하는 건 어떻게 해석할까. 역시 트위터 글이 시보다 힘이 센가? 갑자기 시가, 시인이 우스워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