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의문학노트] 2014년 신춘문예 한국사회 기상도

다문화사회 그늘, 자살·왕따·성폭력… 
우리사회 현주소 다양하게 담아내

 

올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들을 살펴보았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명제가 올해만큼 적실한 경우도 없을 성싶다. 다문화사회의 그림자에서부터 고독사와 자살, 기숙사비가 없어 남자의 자취방을 전전하며 동거하는 여대생과 출구 없는 찌질한 일상을 살아가는 청춘들, 왕따와 성폭력에 시달리는 고교생에 이르기까지 그다지 ‘안녕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현주소가 다양하게 반영된 양상이다. 

‘달로 간 파이어니어’(이세은·조선일보)는 시체처리업 종사자의 시선으로 자살하거나 고독사한 이들의 풍경을 전하는 작품이다. 피살당한 것으로 보이는 20대 여인은 반지하 원룸 메트리스 한가운데에 처참하게 누워 있다. 건물주인 50대 여자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야간작업을 요구하면서 얼마든지 값은 치르겠다더니 “미친년이 죽으려면 나가서 죽어야지…”를 되뇌다가 작업이 끝나자 깎아 달라고 배짱을 부린다. 원룸텔의 가장 좋은 방에 살던 덩치가 큰 50대 남자는 욕조에서 고혈압으로 사망한 시체로 발견됐다. 탁상달력에 매달 21일 ‘송금’이라고 적은 기러기 가족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일가족 네 명이 차 안에서 자살했는데 두 아이는 내비게이션을 바라보는 자세로 평온하게 숨을 거둔 듯 움직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길을 잃다’(이태영·서울신문)는 본격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한국사회의 그림자를 담았다. 불법체류 단속에 걸려 보호소에 온 ‘소니’라는 여자는 끝까지 이름과 국적을 밝히지 않는다. 소니 짝퉁 라디오를 지니고 있어서 ‘소니’라고 편의상 부를 뿐이다. 그네를 관리하는 화자 또한 다문화가정 자녀인 여성이다. 그네의 어머니는 자신을 낳은 후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불법체류 외국인 신세로 이 땅 어디에선가 살아가고 있지만 만날 길 없다. 갈 곳이 없어 석방하겠다는데도 오히려 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소니’와 그네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반추하는 화자의 교감이 쓸쓸하게 전개된다. 멕시코 미국 이민자들의 노래 ‘돈데 보이(Donde Voy)’처럼 커피색 얼굴빛의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를 되뇐다.

청춘의 고달픔과 출구 없는 일상도 빠지지 않았다. ‘유랑의 밤’(한인선·문화일보)은 남자의 자취방을 전전하는 여자 대학생 이야기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아버지가 실직한 이후 급격히 몰락한 집안 사정으로 기숙사비를 마련하기 힘든 사정이다. 과외를 일주일에 세 건이나 뛰지만 휴대전화비, 교통비, 식비, 학자금 대출이자 등으로 빠져나가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네는 서울의 유일한 식구인 고양이를 데리고 편의상 알파벳으로 명명한 남자 A, B, C의 원룸에서 차례로 동거한다.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이서수·동아일보)은 찌질한 남녀 청춘 4명이 빈티지 옷 가게를 털려고 작당하다가 물러나는 풍경을 축으로 그들의 대책 없는 무기력한 일상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페이퍼 맨’(김은희·세계일보 1월7일자 22면 참조)에는 청춘에 도달하기도 전에 맛보아야 하는 고교생의 왕따와 성폭력이 담겨 있다.

이 소설들의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기실 현실은 소설을 압도한다. 급속히 ‘무연사회(無緣社會)’로 접어들면서 고독한 현실이 만들어내는 쓸쓸한 죽음들은 이미 보편화된 추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1인가구는 400만가구를 넘어섰다. 나홀로 가구는 모든 연령대에서 늘어나고 있다. 다문화가정 출생 인구는 연간 2만명을 넘어섰다. 한 해 2만9000여명의 다문화 결혼이 이루어졌고 1만3000여명이 이혼을 했다니, 촘촘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심각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88만원 세대’로 일컬어지는 20대의 답답한 미래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실을 그대로 복사한다고 문학작품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르포르타주나 다큐멘터리의 영역이다. 현실을 예리하게 드러내면서도 여운과 감동을 동반해 이 시대의 영혼을 건드리는 일이야말로 문학의 소명이요 큰 덕목일 터이다. 현실을 떠나 달나라 이야기만 해도 한가한 놀음이나 벌이고 있다는 자의식을 지녀도 되지 않을 작가들의 세상을 고대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