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화의 폭풍




   북한 여자들이 치마를 벗고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내게는 평범하게 들리지 않았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게 아닐까하는 의혹이 들었다. 얼핏 느껴진 건 그것이 남자에게 맞서는 인권과 경쟁력의 상징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고 이면엔 여자는 치마가 어울린다던 김정일에 대한 소리 없는 반기도 내포된 게 아닐까 하는 희망 같은 것이었다. 작은 반기는 커질 수도 있거니와 당국이 바지 착용을 눈감기로 했다는 사실에서 주민들의 인권승리의 조짐이 보인다는 얘기, 그리고 이런 것들 소리없이 통일로 가는 길 아닐까 하는 마음을 지난 주 이 칼럼에 피력했었다. 위에서 경쟁력이라 한 것은 구체적으로 경제력을 의미한다. 오늘은 철통같은 사회주의 속에서도 자유시장 경제가 싹트기 시작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체제가 어떻든 쇄국정책을 유지한 채로 근대화를 수행한 나라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볼 때 한 나라도 없었다. "1982년 등소평이 그의 연설에서 외친 말이다. 선진 여러 나라에 자본주의 체제가 왜 반드시 필요했었는지, 반면에 마르코스 레닌주의에 기초를 둔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부를 창조하고 근대적 기술문명을 만들어내는데 자본주의가 어떻게 장애물이 되었는지를 깨달은 것은 20세기 마지막 10년간이었다.


   한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가난했던 아시아국가 사이에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들 나라들은 실패한 라틴아메리카의 자급자족과 수입대체정책을 피하고 대신 수출지향형의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다국적기업과의 연대를 통해서 외국시장 및 외국자본을 자국에 잘 연계했기 때문이다.  이들 아시아 국가들은 천연자원이 풍부했던 것도 아니고 원래부터 자본이 축적되어 있던 중동의 석유부국이나 라틴아메리카 같이 광산자원이 풍부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는 것이라곤 인적자원뿐이었다. 그들은 이 인적자원 하나만으로 국제경쟁에 참가했던 것이다. 이는 2차대전 이후 자유무역 이론의 예언대로 근대화를 수행한 나라가 기존의 산업대국에 비해 유리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던 것이다.


   늦게 근대화를 수행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의 나라들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사 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노후하여 비능률적인 생산기반 때문에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고 1세대 2세대 동안에 하이테크 분야에서 겿쟁력을 갖출 수가 있었다. 그런가하면 서구 다국적 기업들은 자유주의 경제원칙대로 이행했다. 다시 말하면 저임금인 아시아의 노동력을 쓰고 그 담보로서 시장과 자본 기술을 공급했다. 다국적기업은 기술을 보급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결국 이것들이 각 나라의 자립적인 성장을 가져왔던 것이다.


   지금은 G2라고 큰소리치는 중국도 그렇다 1세기에 걸친 침체 끝에 위 연설문에서 볼 수 있듯 등소평의 개혁개방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1인당 GNP가 350달러가 될 수 있었다. 인간이 스스로 경제적 이익에 대한 확고한 욕망을 품고 있는 한 진보적인 근대과학의 논리는 인퓨사회를 자본주의 방향으로 인도 해 준다. 그리고 아시아와 동유럽의 경험들은 오늘날 서로 대립하는 경제정책 중에 어느것이 옳았냐 하는 것을 증명 해 준다.


   구미와 아시아 그리고 제3세계에서도 보편적인 소비문화가 자유민주주의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져가고 있다.선진기술과 노동의 합니적인 조직에 의해 만들어진 커다란 생산은 세상을 동질화하는 힘을 갖게된다. 이런 세계화된 시장의 형성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켜준다. 북한 여인들이 바지를 입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바람이 불어가고 있는 듯하다. 자유시장경제로, 민주화로, 거대한 폭풍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