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4
나의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개의 은유 - 이어령
어머니와 책
나의
서재에는 수천, 수 만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은 나의 어머니다. 그것은 비유로서의
책이 아니다. 실제로 활자가 찍히고 손에 들어 펴볼 수도 있고 읽고 나면 책꽂이에 꽂아둘 수도 있는 그런 책이다.
나는
글자를 알기도 전에 책을 먼저 알았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잠 들기 전 늘 머리맡에서
책을 읽고 계셨고 어떤 책들은 소리 내어 읽어주시기도
했다.
특히
감기에 걸려 신열이 높아지는 그런 시간에 어머니는 소설책을 읽어 주신다 나는 아련한 한약 냄새 속에서 <암굴왕>, <무쇠탈>, <흑두건>, 그리고
이름조차 기억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