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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8 13:41

권귀순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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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이메일 kwiskwon@yahoo.com

서울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펜과문학> 2회 추천완료로 등단
2006년 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
시집 <오래된 편지>(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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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게



오래 울고 나면
찬 개울물에 발을 담근 것처럼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느낌
영혼까지 환해지는 느낌
비에 씻긴 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잡히는 것처럼
눈물에 씻긴 세상이 부시게 다가오는 느낌
마른 흐느낌이 간간이 어깨를 흔들고
젖은 숨결이 물기를 채 거두지 못해도
슬펐던 것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더없이 고요해지면
참 맑은 힘이
내안에서 나를 떠민다
아 직 아무도 두레박을 내리지 않은
새벽 우물처럼 고일 일만 남은
길어 올릴 일만 남은
그 서늘한, 서늘한
힘!
  • wallchun 2010.03.11 20:15


     
                                                        
     
     

    복숭아 씨




    다시 태어나 복사나무 되겠다고


    깊은 칼질로 새겨 넣은 목판화

    한 점


    약속의 징표로 남겼습니다

    목숨 같은 한마디 전언

    단단한 씨가 되어 박혔습니다








     

          


    무릎 꿇은 나무




    록키산맥 드높은 곳에는 북쪽을 향해
    무릎 꿇은 나무들이 있다
    심한 바람 견디느라 그런 자세 되었다는데
    무릎이 그토록 슬픈 관절일 줄이야

    살아낸다는 것은
    바람에게도 무릎 꿇는 일
    무릎 꿇는다는 것은
    가장 낮게 엎드리기 위해 먼저
    나를 낮추는 일

    살면서 무릎 내줄 일 한 두 번뿐이겠는가
    살아낸다는 말보다 아픈 말을 나는 모른다
    그 말 속에는 닳아진 무릎들이 있다
    닳아져서 서러운 무릎들이 있다

    누가 나무더러 비굴하다 말하랴
    바람 속에서 살아내는 법을 익혀
    무릎사이에 울음 접어 넣은 그 나무
    베어다 빚은 악기 속에서
    절절히 울고 있다





  • wallchun 2010.03.11 21:03



     


     

      이슬이 비치다




    만삭의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슬이 비쳤어

    이슬이 비친다
    이 말처럼 스미는 말 있을까
    맨 처음 이 말을 한 사람의
    울음빛 마음이 만져진다
    이 아름다운 상징에는
    어렴풋한 슬픔이 묻어있다

    아기가 세상으로 오기 전
    처음 보낸 전언이
    이슬이라니!
    풀잎에 맺혔다 스러지는
    이슬이라니!
    이슬로 왔다 갈 것을
    아기는 이미 안다는 걸까

    물에 있는 아기가 물로 보낸 말
    이슬이 비친다



  • mimi 2010.08.24 07:45
           
     


     엷어지는 것




     어느 날 갑자기 저만치서
     첫사랑! 그가 오고 있다면
     나는 떨릴까? 두근거릴까? 무너질까?
     산길에서 도라지꽃 꺾으려고 몸을 숙인
     그를 보고 설렜던 내가
     지금 너무 고요하다면 무섭다
     도라지꽃을 보고도 더는
     설레지 않는다면 나는 무섭다
     잎사귀를 보고, 잎사귀에 스치는 바람을 보고
     흔들리는 나무그림자를 보고
     설레지 않는다면
     어린 눈을 보고, 열매를 보고, 불빛을 보고도
     설레지 않는다면, 않는다면
     나는 그것이 더 무섭다
     아무 것에도 설레야 할 것들 더는
     설렘 없는 나이가
     점점 엷어지는 것들이






  • mimi 2010.08.24 07:52

     
     

     가을에는


     높은 구름 가까이 서성이는
     어미 새를 따라 너댓 마리 새끼들
     구름 속으로 숨어버릴 듯
     비상삼매경에 들었네
     가을에는 새들도 길을 잃고 싶은 것

     몇 번쯤 길을 잃어도 좋겠네, 가을에는
     잃어버린 길에서 더 잃어도 좋겠네, 가을에는
     떠나는 것들에 젖은 눈길도 주고
     붉게 익은 열매의 둥근 집 기웃거리기도 하고
     제 잎 다 내려놓은 자작나무 아래
     쌓인 낙엽 덮고 누워
     빈 가지가 허공에 무슨 말 거는지도 엿들어보고
     술렁이며 흘러가는 시냇물 이야기도 짚어보고

     문득 내 상처는 여전한지 궁금해 하다가
     상처도 여문다는 것을
     여물고 만다는 것을
     굳이 불러내지 않아도 알게 되네
     가을에는





  • mimi 2010.08.24 08:04

      

     아버지의 지문



     
     달빛이 아버지의 곤한 잠에 격자무늬를 얹어놓고
     더러는 주름 팬 골짜기로 눈물인 듯 고이고
     거친 숨소리는 마디처럼 끊겼다 이어져 아버지
     얼굴은 흐느끼는 듯도 하였다
     달빛 속을 헤엄치는지 간혹 물풀처럼 흔들리는 손
     나는 무릎을 꿇고 그 손을 들여다보았다
     손가락에는 지문이 지워지고 없었다
     꽃 농사지으시느라 일년 열두 달 꽃 피워내시느라
     손가락의 지문은 모두 닳아지고 없었다
     가시에 찔리고 피 흘려 상처 마르지 않은 험한 손바닥
     농원의 꽃이 아름다운 것은 아버지라는 질 좋
     거름 때문이었으니

     아버지, 나는 당신의 살을 발라먹고 있었어요
     앙상하게 사위어가는 당신의 살을
     깡마른 손목은 따뜻해 그 온기로 지피는 아버지 삶은 따뜻해
     아버지의 지문을 먹고 자란 꽃들은 저리 고운가
     목숨 걸고 지켜낸 새끼들 다 자라 떠난 후 돌 틈에
     머리박고 죽는다는 그 슬픈 애비가시고기
     오, 나의 아버지





     

  • Suan 2011.07.01 08:36

                          



    온타리오 호수에서




    천 개의 섬을 낳고도 말이 없다
    다산한 여인의 넉넉한 얼굴

    그녀는 다시 섬을 낳고 싶은 것일까

     

    폭포의 큰 울음을 머리에 이고

    올망졸망 섬들을 아래로 거느리고

    거대한 몸을 누인 채 비를 받아먹는

    온타리오 호수

    그녀의 다디단 젖줄이

    섬과 도시와 숲, 새들과 물고기를 길렀다

    먹이고 품는데 아낌없이 주고도

    저리 무량한 얼굴을

    세상 어미들은 다 안다

     

    식솔 많은 집 비좁은 밥상처럼

    까맣게 몸 비벼 앉은 가마우지들

    작은 섬 하나에 방 한 칸 들여

    나도 한번 세 들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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