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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4 13:51

김 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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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haengjakim@gmail.com

 

김행자.JPG


* 충북 영동 출생

* 숙명여대 약학과 졸업

* 1969년 중앙일보(한국)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

* 1993년 미주 한국일보 문예현상공모에 시 당선

* 워싱턴 문인회와 미주한국시문학회 회장 역임

*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워싱턴지부 초대회장 역임

* 2003년 제6회 해외문학상 시 부문 대상 수상

* 2006년 제1회 윤동주상 해외동포문학상 수상

* 시집 <눈감으면 그대>[푸른숲]

           <몸 속의 달>[동학사]

* 한국문인협회, 해외문협 회원



*************************************************************************************




 풍경1


- 하노버 브리지


 

한 밤중 총성이 정적을 깨고 911 구급차 잠 안자고 앵앵거려도 아무도 내다보는 사람 없네 그래도 산등성이에 복사꽃들 피어나고 거짓말처럼 아침은 신선하기만해 물가에 빨간 집 제 모습 물속에 들여놓고 물오리 몇 마리도 띄워 놓았네 고것들 먹이 찾아 자맥질 할 때마다 어린 물결 종종종 따라 다니네

 

, 그러나 조금만 고개 들면 허벅지 진창에 쑤셔 박은 채 묵묵히 등짝으로 차량들 업어 나르는 하노버 브리지, 내 아버지. 부르튼 겨드랑이에 날 것들 품어 기르는 그 오래된 다리 하나 내 안에 들어와 석양 등지고 가슴에 단단한 금언을 쌓네

 


                아름다운 복사꽃


                             - 유년

 

 

 

복사꽃 생각하면 눈물난다. 가슴이 싸해져. 그 속에는 내 유년이 있고 깊은 밤 사랑채에서 은은히 들려오던 아버지의 구슬픈 피리소리가 있네 충청북도 영동, 영동극장 건너편 우리 집 뒤엔 작은 텃밭 하나 달려있었지. 어스름 해질녘이면 어김없이 마을을 깨워 온 읍내를 분홍빛으로 물들이던

 

“아름다우 ~우우운 복사꽃 귀엽게 피어날 적에”

 

그 간드러진 섹스폰 연주가 확성기에서 퍼져 나오면 나는 후다닥 다락방으로 뛰어 올라가 지붕위에 앉아 그 신기한 나팔꾼들을 구경하느라 네 마음을 한참씩 빼앗기곤 했네 ‘쌍무지개 뜨는 언덕’, ‘동심초’, ‘가는 봄 오는 봄’, 그런 현란한 영화 간판들을 등에 진 채 한바탕 연주를 끝내고 읍내를 한 바퀴 돌아올 때면 동네 조무래기들 먼지 속에 우루루 그 뒤를 따라다녔지 그러다 시들해지면 슬그머니 빠져나와 작대기 하나 주워들고 텃밭으로 달려가면 고, 푸른 것들 반갑다고 새끼오이들 넌출넌출 철조망 타고 오르고 고랑마다 가지며 호박, 상치, 쑥갓 같은 푸성귀들이 뿜어대는 초록빛으로 내 어린 마음도 온통 푸르렀었네

어쩌다 바람 한 자락 우물가로 스며들면 봉숭아 꽃숭어리 파르르 몸 흔들어 바람의 가슴 파고들던 아, 달빛 환히 흐르는 토담위에 희디흰 박꽃 서럽게 흔들릴 때면 온 몸으로 물살 거슬러 모천에 닿고 싶은 나는 한 마리 작은 물고기

 




                                                            백만 년의 사랑


                                                      -울릉도


  


  할아버지는 백만 년 전 깊은 바다 속 부글부글 끓던 해산海山이셨대요 아버지가 말없이 숨어 사랑한 여자는 맑고 깊은, 푸른 눈을 가진 우리 엄마 동해였대요 아들의 가슴앓이 억겁 세월로 늘 등 뒤에서 눈이 젖던 할아버지, 그 간절함이 하늘에 닿아 수중화산 하나가 폭발했대요 그때 솟아난 아버지는 불덩이로 용암에 휩쓸려 와 그토록 그리던 엄마 만나 둥글게 한 번 안아보고는 그 모습 굳어 망망대해 동해 끝, 울릉도로 다시 태어나셨대요 바다는 어느새 흑 갈매기 몇 점 날려놓고 아버지는 그윽한 눈길로 엄마위해 오늘도 물너울 다스려 그늘을 만들어 주시네요, 무릎아래 오징어, 명태, 미역 해삼 기르시며


 


  아직도 엄마는 죽암 계곡 청대 숲처럼, 잠도 안자고 뜬 눈으로 아버지 주위를 맴돌지요 거친 풍파에 부르튼 아버지 속살 깎여 나가면 어깨 출렁이며 속울음 울다가 불현 듯 새끼들 생각나면 흰 수건 쓰고 해안으로 달려와 핥아주고 볼 비벼 반짝반짝하게 몽돌들을 씻겨주시지요. 울울창창 울릉도에 봄이 오면, 물안개 피어오르는 봄이 오면, 엄마는 성인봉 가는 길 섬벗꽃이 피었다고, 섬백리향꽃도 피었다고, 마냥 얼굴이 환해져서 치마 가득 꽃향기를 담아 잔물결에 실어 오시지요




 


작전



-폭우

 

 


다 저녁 한바탕 또 뒤집어졌습니다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번쩍

우루루 쾅쾅 번개탄을 터트리며

이번엔 오동나무 쪽 숲으로 모나 싶더니

또 허탕을 쳤나 봅니다

하늘이 쩡쩡 울리게 천둥번개로 겁을 주다

죄 없는 나무들 옆구리만 후려치고

짙푸른 여름 숲만 분탕질하고는

슬며시 꽁지 내려 사라진 후에도

마을은 쥐 죽은 듯 고요했습니다

나무란 나무들 일제히 머리 풀고

광풍을 견디는 동안

어미 손 놓쳐버린 어린잎들만 어지럽게

공중에서 발을 헛딛다

이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쳐 버렸습니다

오늘도 검은 그림자는 놓쳐버리고

애꿎은 나무들 팔뚝만 잘렸습니다

부지런한 개미들만 떼죽음 당했습니다

 




                                       싸락눈



2

어스름 저녁께


 

고것들도 눈이라고

싸락눈들,

현관 문지방에 쪼르르 몰려와

초인종을 누른다


 

성급한 몇 놈들은

카톡,카톡

모퉁이 창으로 돌아가

납작한 세상으로

온 몸 던져 문자를 보낸다


 

안되는데

무너지면 안되는데

눈과 폰이 판치는 얄팍한 세상

그리 엎드려 살다보면

딱딱한 심장들만 떠다닐텐데


 

알밤같은 손주놈들 눈에 밟히는

물안개 피어오르는

어스름 저녁                                              


        단풍열차

           

   

              지난 밤 추적 추적  내린 가을비 틈타

              밤새  몸 불린  나무들 

                 겨드랑이며 아랫도리 실한 놈들 골라 날렵하게   

              벌목한 꾼들 분명 있었다

              아침에 눈비비고 일어나보니

              산 꼭대기 마을에

              붉은 휘장 두른 단풍 열차들 어느새 당도해 있다

              누가 푸른 잎들의 이마와 귓불을 만져

              꽃보다 아름다운 둥근 속살을 펑펑 천지에 터뜨려 놓았나                

              한껏 몸 달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이 산에서 펑! 저 산에서 펑펑 총성 자자한데

              수천 수억의 처녀들 놀라 에미 손놓치고

              엎치락 뒤치락 산발을 하고 

              감히 달리는 열차속으로  뛰어내리고 있다

 


고구마

 

슈퍼마켓에서 사온     

국적을 알수없는 자색 고구마를 구워먹다                                                

목이 메인다

하나같이 새의 형상을 하고서

토종 고구마도 아닌 것이

열기속에서 갓 낳아 놓은 속살이

어찌 그리 달디단지


화씨350도 오븐속에서

뒤틀리며 입 앙다물던 여섯 쪽  중               

그중 큰 놈이  

기여코 붉은 눈물 두방울을 떨구었다

괜찮아 괜찮아, 무릎위에 앉혀놓고

달래며 눈물 닦아주다 보니 동그라미속에 할머니가  

웅크리고 계시네, 할머니!

고구마도 할머니도 새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어둠속에서 나와 훠얼훨 창공을 나는

 

어떻게 건느셨을까

고물 고물 어린것들 다섯 떠맡아

홀연히 지아비 앞세우고 살아낸 질곡의 세월

솨아솨 밤이면 찾아와 베갯잇에 떨어지던

뒤란 댓잎 슬리는소리

검푸른 둠벙샘 들여다 보며 마음 다잡았을 

숯검정 가슴도 다 타버리고                                                          

생전 흘린 하, 많은 눈물 산강을 붉게 물들였을

할머니

 

내가 할머니 가슴을 파먹다니요 


 
                                   


강가에서


말없이 다가와
나를 살게 하는 건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고
반짝이며 등 떠미는 저 강물 때문이다

반생을 함께 한
내 가슴속의 단단한 옹이가
천만근 무거워질 때 찾아가
나를 내려놓고
엄마---
하고 부르면
흰 머리수건 풀어 흔들며
목화밭 고랑을 달려오는
어머니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 wallchun 2010.08.14 21:05


                         
                                                      
     
    풍경. 2


    다 쓰러져가는
    초가지붕 위
    늙은 호박 한덩이 물 범벅되어
    끙끙대고 있다

    지붕은 날아가면 안 된다고
    야근하고 세상모르게 잠든 어린 것들
    젖어선 안된다고
    얼굴을 후려치는 폭우 속에서
    펄럭이는 비닐자락 온 몸으로 누르며
    파르르 떨고 있다

    오, 저기 저
    말라 비틀어진 호박 밑 둥지

    땅속에서도 새끼들 손 못 놓는




  • mimi 2010.08.24 08:21

     

                            



                                    팽팽한 슬픔


     갈갈이 찢긴
     비닐 나부랭이가
     광풍에 휘둘리다
     이제 마악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 비둘기의 발목을 잡았다
     혼신 다해 도망가려는 끄나풀과
     안 넘어지려고 빗속에서 안간힘 쓰는
     비둘기 사이에
     팽팽한 슬픔이 흐른다




  • mimi 2010.08.24 08:26

     

      

     풍장


     얼마나
     오랜 시간을
     바람은, 햇살은
     저 사마귀의 육탈을 위해
     실낱 같은 뼈대만 남기고
     살을 발라갔는가
     한 때는 새끼들 위해 뜨거운 콧김 날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숨 쉬고 노동했을 한 생이
     어쩌면 저리도 의연하게
     죽음을 넘어
     나무 둥치에 손발이 붙박인 채
     정지해 있는가

    한 줌의 이슬로 돌아가기 위해
     바람을 안고
     뼈와 살을 온전히 산제로 올리는
    너울너울
     해질 녁의 저 장엄!



  • mimi 2010.08.24 08:35

     
     

     
    녹차를 마시며


     나도 너희들처럼
     몸속에 수많은 알 품고 있을 적엔
     신열로 누군가를 설레게 했을지 몰라
     녹차 그 은은한 향기를
     어린잎들의 눈물 같은 육즙을
     입안에 머금고 잠시 생각한다
     눈 쌓이는 산 중턱 혹은
     오선봉 더디쯤서 모진 눈비 맞고
     자랐을 젖내 나는 어린 것들을

     주전자속 물은
     가스 불 위에서 욕망처럼 들끓다
     이내 봉긋한 찻잔 속 어린잎 만나
     앙다문 몸을 껴안고 휘돌아
     천천히 전생을 풀어낸다

     이제 보여요, 당신이 보여요
     새벽안개 자욱한 삼나무 숲길을
     그 오르막길 숨 가쁘게 올라서면
     산등성이에 펼쳐지던 초록 실타래
     그 속에 숨어 햇볕을 쪼이던 수줍은 당신
     그리고 계곡을 흐르던 맑은 물소리도...

     우리는 그렇게 전생에 물이었으나
     우리는 그렇게 나뭇잎이었으나
     그윽이 내려다보는 햇살이었으나
     비로소 돌아와 한몸이 되어서야
     한 줌의 향기로 남는 것을

     오, 나 지고나면
     내 머문 자리는 무엇이 남을까



  • janeyoon61 2010.08.24 08:56

       
      

     나무의 마음


     그렇게 거기 있는 것들을
     사람이 규정하는 것은 반역이다
     하늘, 바람, 나무 같은 것들을
     시 속에 가두어
     캄캄한 시의 집속에 가두어
     언어라는 족쇄을 채워 질식하게 하다니

     사람들이여
     외로울 땐
     그냥 나무에게 가만히 다가가
     머리를 기대고
     두 팔로 껴안아 보라
     나무의 따뜻한 심장소리가 쿵쿵 내 안으로 전
    해온다
     어린 것들 먹이기 위해 부지런히
     뿌리에서 제 진 뽑아 올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렇게 나무의 가슴에다 시를 쓰자
     사랑이라고 말해버리면
     더 이상 가슴에 품은 그 사랑 아니듯
     존재하는 것들을 존재로 말하게 하라

    '나무'하고 발음해 보면
     니은과 미음이 모음과 만나
     나무의 마음 천천히 온몸에 번지나니
     이땅의 시인들이여!
     그렇게 가슴에다 시를 쓰자
     이제는 그만 나무의 주검 속에
     나무를 가두어 두 번 죽게 하지 말라
     시집 속에선
     나무의 피 냄새가 난다




  • mimi 2010.08.24 09:03

     
     

     파도


     절벽뿐인 세상을
     온몸으로 달려와
     산산이 몸을 찢고 혼절한다

     갯바람에 부르튼
     푸석한 얼굴로
     날마다 부서지기 위해 일어서는
     파도

     간밤엔
     제 서러움에 겨워 울더니
     어느새 찝찔한 머리칼
     풀풀 날리며
     바다새 두 팔 벌려 품어 안는다

     산다는 것은
     수없이 깨어져서
     낮아지는 것
     발 밑에서 하얗게
     포말로 쓰러지는 파도




  • Suan 2011.07.01 09:23

     
                                     


    모과향 같은 사람


    사람에도 향기가 있다

    그의 속 어디쯤에

    잘 익은 모과나무 한 그루 품은 것 같다

    그 향기 스며 나와

    둘레에 은은한 향기 번지듯

    허공을 건너오는 나지막한 음성이

    때 묻지 않은 순 은빛 햇살 같다

     

    그에게서

    느림의 미학을 배운다

    초고속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일깨우듯

    아날로그 화법으로 가만가만 여백을 앞세우는

    그의 말 듣고 있으면 함께 고요해진다

     

    그러나

    가끔은 그도

    모든 짐 내려놓고 저 나무들처럼

    푸르렀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조금은 청중 앞에서 수줍은 듯

    섹소폰을 달래가며 연주에 열중할 때

    차마 읽지 못해 남기고 간 그의 시편 속에서

    그가 소년처럼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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