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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5:56

신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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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수필
이메일 yongkyoshi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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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University   Doctor of Chiropractic Degree

Professor at Virginia University of Oriental Medicine, Kings Park University

제24회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 수상(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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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과 한민족

 

  한국의 케이 팝이 지구촌을 누비며 세계의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팝이란 음악 장르는 원래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코리안 팝, 그러니까 케이팝은 오히려 동양을 넘어 서구로 향해 그 인기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한민족이 세계 대중음악의 주체가 되어가는 듯한 묘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끓어오르고 있다. 앳된 한국의 어린 가수들을 보고 세계인들이 열광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에 뿌듯한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면 이런 폭발적 반응이 잘 이해되지 않아 한편으론 당황스럽기도 하다. 넓적한 한국인의 얼굴 형태가 매력이 없어 보였는지, 얼굴 이곳 저곳을 성형하여 국적 없는 외모가 되어 버린 아이돌…. 이들이 보여주는 절제함 없이 마구 흔들어 대는 춤사위와 애매모호하게 뿜어내는 가냘픈 목소리가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고 때론 눈물까지 흘리게 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는 것일까?
 
그러나 한 영국의 동아시아 역사학자는 케이팝의 성공을 확신에 찬 어조로 두 가지 단어로 요약하였다. 그는 K-pop에 담겨있는 ‘다채로움과 강렬함’ 이 세계적 대중화의 이유라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구상에서 다채롭고 강렬한 음악이 오직 K-pop 뿐이었던가? 눈길 가지 않는 너무 흔한 평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만약 그냥 던진 말이 아니었다면 그 영국 학자가 말하고자 했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강렬함으로 이야기 하자면, 젊은층의 욕구 불만을 격정적으로 표현한 Rock이 있다. Rock에는 그 초창기부터 Band의 형태가 있었다. 당대의 거물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 오프닝을 장식했던 버디 홀리를 시작으로 하여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친 비틀즈에 이르러 확립된 Rock band의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비틀즈가 이룬 Rock의 글로벌화를 말하지 않고 대중음악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연 K-pop은 이런 Rock에 견줄 만한 그 강렬함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음악 자체가 복합적이면서 때론 즉흥적인 면이 강해 작곡부터 연주까지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Jazz가 또한 있다. 유럽의 오랜 역사를 통해 꾸준히 개량된 화려한 전통 악기에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과 화성이 조합된 이 장르는 시작부터가 혼합과 다채로움 그 자체였으며 결국 미국 의회에서는 Jazz를 미국의 국보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그 다채로움은 세계 각국의 전통 음악과 지속적으로 결합하면서 이 순간에도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며 끊임없는 다양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과연 K-pop은 이런 Jazz에 견줄 만한 그 다채로움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그 비교 평가를 위해, 글로벌적 검증을 이미 받은 위 두 가지 음악 장르의 성공적 요소를 다시 직시할 필요가 있다. 두 음악이 보여주는 혼합적 다채로움과 폭발적 강렬함은 그 영국의 역사학자가 말했던 K-pop의 보편적 특성과 같기 때문이다.
 
K-pop은 그 다채로움을 위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난립하는 수 많은 음악장르를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서 적절히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런 K-pop을 분석해 보면, 음악의 초반부에는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분위기 전환에 용이한 Hip-hop을 채용한다. 그러다 어느덧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에 따라 무난한 일반 Pop으로 변환을 꾀하다가, 결국 청취자에 뇌리에 각인될 만한 강력한 음률의 정점을 찍기 위해 감성 폭발에 탁월한 Rock으로의 변신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한 곡의 노래 속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있다. 이뿐만이아니다. 곡 중간중간에 들려오는 EDM의 인공적인 기계음은 오히려 음악이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소 유치하며 때론 거추장스럽다. 물론 요즘엔 전자음을 사용하지 않는 음악은 거의 없다. 하지만 K-pop에서 사용되는 EDM의 표현 방식은 일부러 고전적 기계음을 추구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이다. 여기에 한국인에게 친숙한 Ballad와 Folk는 물론이고, 2000년대 초 미국에서 발생된 군악 같으면서도 빠른 비트의 중저음이 특징인 Trap의 요소까지 과감히 한 곡의 노래 속에 집어넣어 버렸다. 그리고 마구 섞어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파격적 시도를 주저하지 않은 K-pop에 세계는 지금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이런 특성은 음악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에베레스트를 처음 정복한 이는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이다. 그 때가 1953년이었고 사실 그는 네팔의 셰르파족인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올랐다. 그 후로 24년이 지난 1977년, 한국의 고상돈 대원이 세계에서여덟 번째로 그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된다. 뒤늦게 그 경쟁에 합류한 것이다. 그 10년 뒤인 1987년, 허영호 산악인이 한국인으로서 다시 그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여 추가로 남극점과 북극점에 이르면서 세계 3극지를 모두 정복하고 7대륙의 최고봉을 모두 완등하면서 세계 7대륙 3극점을 네번째로 모두 정복한 인간이 된다. 그 이 후 산악인 사이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팔천 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14좌가 이탈리아인 메스너 한 사람에 의해 모두 무산소로 완등되자, 한국의 엄홍길은 그 14좌에팔천 미터가 넘는 2개의 봉우리를 더해 16좌를 채워 등반에 성공하고, 김창호는 그 14좌를 모두 메스너와 같이 산소통을 메지 않은 채 무산소로 오르면서 동시에 최단 기간 완등 기록까지 더한다. 그리고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오은선은 세계 최초로 여성으로서 14좌 완등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박영석은 이전 허영호의 기록에 14좌를 더해 세계 7대륙 3극점 14좌를 모두 정복하며 ‘True explorers grand slam’을 달성하는 최초의 인류가 된다.
 
대부분의 극지들은 장소별로 주로 서구인에 의해 정복되었다. 뒤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비록 더 이상 최초로 정복할 여지가 남아 있지 않은 이 조그마한 지구라 할지라도, 한국인은 한 개인에 의한 복합적 정복의 다채로움으로 극지 정복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이제 음악이 가세하고 있다. 다채롭다는 K-pop의 이름으로 말이다.
 
다채로움과 강렬함은 또한 음식에서도 발견된다. 원래는 궁중 음식이었다가 수라간 상궁들에 의해 궁중에서 반가로 전해지고 다시 반가의 음식을 모방했던 민중들에 의해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자리 잡은 비빕밥 역시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이 음식은 한 종류의 음식이지만 그 안에 여러가지 재료들이 뒤섞여야 되는 그야말로 갖은 식재료의 혼합형 음식이다. 바로 다채로움을 향한 민족적 특성이 식생활에서도 나타난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이 비빔밥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독보적인 존재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고추장이다. 이 고추장 덕분에 서로 성질이 동일하지 않은 모든 식재료들은 동일한 한가지의 방향성을 소유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매운맛이며 동시에 맛의 강렬함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보편적 한국 음식 비빔밥은 그 다채로움과 강렬함을 그 미각의 바탕에 이미 깔아 놓고 있었다.
 
삶의 영역이 만주에서 한반도로 자꾸 축소되어 살아왔던 한민족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주로 대륙 아니면 섬나라였었다. 성격이 다른 외세에 대항하여 살다 보니 우리와 다른 '남'에 대해 지나치게 배타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배타성은 생존의 요구였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삶의 철학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외세의 수용없이 독자 생존이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 그 외래문화를 수용해야 하는 것도 동시에 요구되어 졌었다. 이렇듯 배척과 수용이라는 모순된 문화를 꾸려야 했던 한민족에게 그 배척과 수용은 강렬함과 다채로움으로 그 이름만 바뀐 채 우리 골수에 녹아 들어가, 결국 민족 생존의 아픔과 극복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게 된, 한민족 문화의 정서가 되어 버린 것이다.
 
1년에 2차례나 빌보드차트 1위를 기록한 그룹과 인물이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나트라, 비틀즈, 그리고 레드 제플린으로 모두 서구인이었다. 여기에 최초로 동양의 앳된 어린아이 같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가세하며 신한류의 세계적 역사를 쓰고 있다. 동방의 작은 나라가 대단하다고 세계는 아우성치지만 사실 이제 시작인 듯하다. 정보화시대의 주인공은 플랫폼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자이다. 다양한 지역으로 부터 기차를 타고 역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예외없이 밟아야 하는 플랫폼...... 이것은 온라인이 보여주는 다채로움의 정확한 현실이다.
 
다채로운 음악장르가 녹아 있는 K-pop이 온라인을 통해 지구촌에 울려 퍼질 때, 많은 이들은 자국에서 흔히 들었던 귀에 익은 음색을 어디에선가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다양한 종류의 세계인들을 사로잡는 K-pop의 첫인상이다. 그리고 그 찰나적 친숙함에 감춰져 있던 중독성 있는 강렬함은 성공적으로 그 찰나를 뇌리 속에 장기간 묶어 둔다.
 
마치 다채로움의 극치를 이룬 빅데이터의 방대한 정보를 그 수 많은 가능성들을 하나의 강렬한 확실성으로 채택하여 그 선택을 독려하는 인공지능의 놀라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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