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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6 09:53

이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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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시, 수필
이메일 <hwlee@kbs.co.kr>
이현원.jpg

'문예사조' 최우수 문학상(시)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수필 )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수필작가회 회원
저서:  시집 '그림자 따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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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벌서다



나의 죄명은 글쟁이
글로벌 시대에
글로 벌서고
죗값을 치른다
글 한줄 쓰려고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글 한줄 쓰려고
주머니가 빈 줄 몰랐다
글 한줄 쓰려고
아내 눈칫밥 먹어야했다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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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성남 모란시장 가면
울 엄니 구부정한 그림자 거기 와있다
집에선 내내 아버지 큰소리에 갇혀 살다가
시골 5일장 갈 때면 해방되는 날
신나는 울 엄니 발걸음 화살이었다
여기저기 시장 기웃거리다
푸줏간에 가보면
울 엄니 코 그림자 어른거린다
괴기는 못 사고
냄새만 맡고 오셨나보다
신발가게 가보면
운동화에 묻은 울 엄니 손때 자국
자식들 너덜거리는 검정 고무신 생각나
하얀 운동화 들었다 놓았다 했나보다
옷가게에 가보면
이 벽 저 벽 떠도는 어머니 눈동자
울 엄니 이 옷 저 옷 만져보다
서글픈 눈빛만 남겼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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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는 고장난 축음기



나이테는 고장 난 축음기 같아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한다
가운데 그려져 있는 동그라미에선
철부지 아기 옹알거리는 소리가 나고
가장자리 노인네 주름살에선
구성진 가락이 장단을 맞추고 있다
갈라진 틈은 눈물이 흘러내린 자국
물결같이 일렁이는 검붉은 치마폭에
속을 토해낸 그의 응어리를 말리고 있다
끊어질듯 이어지고 이어졌다 끊어지는
한 평생을 기록한 마이크로 필름
한숨도 웃음도 지난일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루터기엔
두 동강 난 설움이 돋아나온다
지금은 헤어져 덩그러니 나뒹굴고 있는
출가한 자식처럼 돌아선 연인처럼
다시 만나 포옹은 없을 것이다
나는 팔을 뻗어 그들을 한데 묶으려다
손을 거두어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꿈속나라 거니는 그들이 깨어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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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정의 송백(松柏) 향기



지난 7월 하순, 양수리 세미원(洗美苑)을 답사할 기회가 있었다. 전에 두물머리를 가느라고 
맞붙어 있는 세미원 옆을 몇 번 지나쳤으나, 오늘은 이곳의 입구라 할 수 있는 불이문(不二門)부터 두물머리까지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정원 길을 샅샅이 감상할 수 있었다.
세미원이라고 이름을 붙인 내력은 ‘물을 보고 마음을 씻고 (觀水洗心), 꽃을 보고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花美心)’는 장자의 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불이문을 벗어나 국사원, 장독대 분수를 지나니 세한정(歲寒庭)이 우리를 맞는다. 
다시 배다리를 건너고 백련지, 홍련지를 지나면 열대 수련 연못, 사랑의 연못 등이 이어져 있다. 
진흙탕 물을 딛고 그 위로 다소곳이 목을 빼고 피어있는 연꽃 무더기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세미원 일대를 거닐다 보면 이곳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연꽃이,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물결이 치면 치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그리운 님이라도
기다리는 듯, 흰 얼굴에 붉은 화장을 하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꽃이 대표적인 식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나의 시선
을 빼앗은 곳이 바로 세한정이다. 여기는 추사 김정희와 제자 이상적간에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일화가 얽힌 세한도(歲寒圖)에 대한 내력과 이에 어울리는 정
원이 가꾸어져 있다. 정원 입구에 들어서니 세한도를 상징하는 커다란 소나무
가 한 그루 우뚝 서있다. 고목이 되어버린 굵은 줄기에서 옆으로 한 가닥 뻗은
소나무 가지는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절개와 기백을 보여주고 있는듯하다. 그
뒤로 세한도의 이미지를 빌린 건물이 하나 있는데 기와를 얹은 지붕에다 집
벽면에 있는 특유의 원형 봉창을 살리고 있다.
조촐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세한도가 오늘에 있기까지 고난의 여정이 소
개되고 있다. 세한도는 추사가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인 1844년에 제
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선물이다. 세한도 옆의 발문(跋文)에도 이러한 사연이
적혀있다. 이상적은 추사가 벼슬길에 있을 때나 유배지에 있을 때나 한결같이
그를 흠모하여 정성껏 받든 사람이다. 역관인 그가 중국에서 귀한 책을 사다가
유배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추사에게 계속 전해 주었다. 현대인들의 이기주의는
갈수록 심해 분침이 시침을 앞질러가며 권세와 이득을 앞세우려고 한다. 이런
세상 풍조에 휩쓸리지 않는 제자의 정성에 감동한 추사가, 겨울의 혹독한 추위
에도 푸른 기상을 잃지 않는 송백 의 (松柏) 혼을 그린 세한도를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상적은 이 세한도를 중국으로 가져가 그곳 학자들에게 보여주고 16
명에게서 소감을 적은 글을 받아 제주도의 스승에게 보여 주기도 했다.
그 후 세한도는 일제강점기 때, 추사를 연구하던 경성제국대학의 일본인 교
수 후지츠카의 손에 넘어가 일본으로 가져가게 된다. 서예가 손재형 선생이 이
를 알고 일본의 후지츠카 교수를 두 달에 걸쳐 설득한 끝에 1944년 한국으로
되찾아오는데 성공하였다. 후에 선비가 그린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아 국
보 제180호로 지정되기까지 수난의 역사가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처럼 굴곡을 안고 있는 세한도에 대해 추사의 출생지도 아니고 유배지도
아닌 세미원이 왜 세한정을 짓고 기리고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곧, 세미원이 시각적 볼거리를 넘어 마음을 다스리는 깊은 뜻과, 세한도가 가
지고 있는 지조의 향기가 잘 어울리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세한정이 추사 인물 자체를 기리기보다는 세한도에 얽힌 취지, 즉 권세
와 이득을 뛰어넘는 인간다운 면모와, 소나무와 잣나무가 겨울의 칼바람 추위
에도 시들지 않는다는 교훈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한도는 초라한 집 한 채와 고목이 되어가는 송백나무 몇 그루가 추위에 떨
고 있는 을씨년스러운 그림이다. 지금과 같이 물질만능이 인간의 존엄성 위에
군림하고, 이권을 좇아 정의와 참된 가치를 팽개치는 타락한 세상에 경종을 울
리고 있다고나 할까.
물을 보고 마음을 씻는다는 말이 보통사람들에게 어디 쉬운 일인가. 세상 물
욕에 휩쓸리지 않는 관조의 지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세한정을 나서면서
가슴속엔 구름이 낀 듯, 먼지 투성이 마음을 씻지 못하고 손만 물에 담갔다 뺐
다 하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한다. 침묵으로 참선하고 있는 세미원 호반에 비추
인 내 그림자는 욕심을 비워 물 위에 떠 있을까, 비우지 못해 가라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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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의 시혼은 잠들지 않는다



‘난설헌’은 최문희가 지은 소설이다. 저자는 경남 산청 출신으로 서울대 지
리교육과를 졸업했다. 1988년 ‘돌무지’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소설집 ‘크리스탈 속의 도요새’, ‘백년보다 긴 하루’, ‘나비 눈물’ 등
이 있으며, 작가세계문학상, 국민일보문학상, ‘난설헌’이란 소설로 제1회 ‘혼불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본명이 허초희(許楚姬)인 실존 인물이었던 주인공 허난설헌의 일
대기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여기서는 주로 남편 김성립과 혼인예식인 함을 받
고 초례를 치르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그녀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성리학이 지배한 남자 위주의 유교사회에서 불우하게 살아간 천재 여류시인의
삶을 그 시대 거울에 비추어가며 한땀 한땀 바느질처럼 조명하고 있다. 시인보
다는 여인의 삶에 촛점을 맞추면서, 사무친 한을 시 문장으로 녹여갈 수밖에
없는 폐쇄된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도 볼 수 있다.
허난설헌은 1562년, 강릉 초당마을에서 대사간과 대사성 벼슬을 지낸 허엽
(許曄)과 후처인 강릉김씨 사이에서 셋째 딸로 태어났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
균이 그녀의 동생으로 부자 5명이 모두 문장가인 집안이다. 총명한 두뇌를 타
고나 어려서부터 그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그녀는 오빠 허봉(許篈)과
동생 허균(許筠)의 글 읽는 소리 낭랑한 자유스런 집안 분위기에서 자라나며
어깨너머로 글을 익혔다. 7세에 글을 깨쳐 이미 시를 지었고, 8세 때는 ‘광한
전 백옥루 상량문’을 지어 신동소리를 들었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자
(景樊)와 호(蘭雪軒)를 지니고, 당대의 손꼽히는 삼당시인(三唐詩人) 손곡 이달
(李達) 스승에게서 학문을 체계적으로 배워 시의 향기를 분출할 수 있었다.
15세에 남편 김성립과 결혼하기 전까지 높은 벼슬 집안의 규수로서 학문과
시 창작에 묻혀 살며 남부럽지 않은 나날을 보냈다. 남편 김성립은 안동김씨
양반집안으로서 5대가 과거에 급제한 명문대가이며 오빠 허봉과 동문수학한
김첨과의 교분때문에 그 아들인 성립과 결혼이 이루어졌다.
허난설헌은 총체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여인이었다. 정숙하게 생긴 외모에,
여성다운 고결한 품성을 지녔다. 원망이나 미움을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고 자
신 내부로 승화시켜 시와 문학으로 여과시켰던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여자의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시어머니 송씨의 구박과 남
편의 무시에 가까운 무관심에 부딪치면서 시련이 그녀를 휘감기 시작한다. 범
부와 범부의 결혼생활도 열두 고비를 넘어가야하지만, 세속에 적응 못하는 시
인 며느리와 자존심이 구겨진 낙방거사와의 결혼 고개는 얼마나 가파랐을까
짐작이 간다. 시댁과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는 허난설헌으로서는 남편과의
만남은 예고된 불행이었다. 이상은 높고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는 닫힌 현실벽
에서 그녀의 출구는 시문(詩文)과 아이들 뿐이었다.
그녀의 육신은 이승의 진흙에서 뒹굴었으나, 영혼만은 별유천지비인간에서
신선들과 함께 거닐었다. 그것만이 그녀의 즐거움이고 구원이었다. 세상과 융
합하기 어려웠고 뒤떨어질 수밖에 없어 그럴 때마다 시작(詩作)으로 위안을 삼
을 수 있었으나, 두 아이의 혈육마저 잃은 후로는 그녀의 존재 이유마저 상실
케 되었다. 이상과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몸부림치던 그녀가 안주할 곳은 오로
지 피안의 세계였다. 두 아이와의 영원한 이별을 노래한 ‘곡자(哭子)’와 ‘부용
꽃 27송이가 붉게 떨어진다’고 읊으며 죽음을 예고하는 ‘몽유광상산시(夢遊廣
桑山詩)’를 남기고, 27세 나이로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신선세계에 들게 되었
다. 1589년 3월, 불꽃처럼 살다간 짧은 생을 마감하고,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에 있는 선영에 잠들어 있다.
이 소설은 허난설헌이란 여인의 삶과 한을 소설이란 형식으로 일대기를 엮
었지만, 저자가 말했듯이 ‘작가의 허구적인 설정의 가미가 허난설헌의 품위손
상을 비껴갔으면 좋겠다’는 구절이 가슴 한 구석을 떠나지 안했다. 이는 바로
가공인물 최순치와의 연정을 그린 것으로 해석된다. 허난설헌이란 아름다움의
화신을 그냥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겠다거나, 또는 허구의 짜릿한 재미를 곁들
여보려는 저자의 뜻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과연 지하의 허난설헌
이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첨화사족(添畵蛇足)과 같은 일탈이라는 생각
을 감출 수 없다. 당시는 삼종지도(三從之道)나 칠거지악(七去之惡)과 같은 부
덕(婦德)이란 높은 벽으로 에워싸인 성리학 이념 사회였다. 여인의 고통을 참
고 견디며 죽음까지 달게 받아들인 실재 인물인 허난설헌의 이미지에 실망이
나 현혹을 안겨준 독자가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안팎으로 부족함이 없이 살다가 출가한 허난설헌이 생전에 세 가지 한이 있
다고 토로한바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남편의 아내가
된 것이 그것인데, 지금 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여자로 태어났더라도 결
혼이나 배우자는 골라서 할 수 있는 일이고, 마음껏 꿈의 시 세계를 펼쳐보는
유명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남이 따라오지 못하는 페미니스트 경지를 활보하
는 그녀를 상상해본다. 자기 의지대로 살기 어렵고 환경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
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나 아까운 인재가 스러져 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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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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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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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권 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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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김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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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김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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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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