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Culture]출판사·대형서점이 팟캐스트에 나선 이유귀로 읽는 책문학 팟캐스트

 

출판 시장이 오랜 침체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위즈덤하우스창비문학동네 등 대형 출판사들과 온라인 서점이 문학 팟캐스트를 선보이고 있다이들은 단순히 신간 홍보를 벗어나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채널로 팟캐스트를 이용하며책에 대한 관심 자체를 높여 출판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Book 팟캐스트의 대세, ‘이동진의 빨간책방

 

빨책’ 덕에 지옥철이 가끔은 작은 도서관으로낯선 여행지로푸근한 이불 속으로 느껴집니다고마워요.-4/17 ×’ ‘빨간책방은 출판업계의 심폐소생술사인 듯 합니다.-2014/4/8 나에게××’

 

쳇 베이커 음악과 빗소리 어플을 함께 재생시켜 빨책을 들으니 책 속 장면이 그대로 펼쳐지는 것 같네요.’-2014/3/22 빗소리××’

 

2003년에 발간된 이언 매큐언의 <속죄>(문학동네)가 지난 3월 27일 한 온라인 서점의 판매순위 15(3월 4주 예스 24)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출간된 지 10년도 더 된 이 책이 차트에 재등장한 이유는 북 팟캐스트(ipod+Broadcasting, 스마트폰이나 PC로 듣는 라디오 방송)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소개되면서다. ‘빨간책방에 등장하면 1, 2쇄를 더 찍는다더라는 소문의 주인공, ‘이동진의 빨간책방은 위즈덤하우스가 출판사 가운데서는 최초로 2년 전 선보인 문학 팟캐스트다책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가진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차분한 진행과 보조진행을 맡은 소설가 김중혁의 콤비플레이로 회당 1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방송된 책의 인터넷서점 판매가 3~4배 정도 오르는 일도 생겨났다주로 정치 분야와 지상파 라디오 팟캐스트가 상위에 랭크되는 데 비해 꾸준히 10위권 안팎을 지키고 있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은 매주 1~2권의 책을 소개한다지난해 1월 방송을 시작인기를 끌고 있는 창비라디오라디오 책다방은 책 소개뿐 아니라 출판기자들은 무엇을 먹고 사나’ ‘세계문학 전성시대’ ‘촛불집회와 헝거게임’ 등 여러 가지 인문 사회적 이슈들을 분석한다. <욕망해도 괜찮아저자 김두식 교수가 진행자를,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쓴 소설가 황정은이 보조진행자를 맡은 프로그램으로박민규천명관유홍준진중권 등 유명 만화가소설가시인 등을 직접 초대해 코너를 진행한다.

 

INTERVIEW 예술 분야 팟캐스트 1위 <이동진의 빨간책방>

 

이동진의 빨간책방’ 회당 평균 다운로드 수는? 곧 2년이 되는데지난해 12월까지 누적 다운로드 수가 1600만 건으로올해 들어서는 확실히 다운로드가 많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팟캐스트 전문 사이트에서 예술 분야는 계속 1위를 하고 있고 전체 순위도 10위권 내외입니다. 출판사 중 가장 먼저 팟캐스트 방송을 만든 이유는? 출판 시장의 불황 및 축소타 미디어의 급속한 약진 등의 이유로 책과 독자의 접촉면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 의식을 느꼈습니다출판사로서 좋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많이친밀하게 독자들에게 소개할 적합한 통로와 채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현재 시점에서 독자들이 가장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매체로 팟캐스트가 적합했고요. ‘빨간책방에서 타 출판사 책이 고루 소개되고 있어위즈덤하우스에서 만든 팟캐스트란 걸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요. 단지 자사의 책을 홍보하는 것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처음부터 독자들의 시선과 요구에 맞는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방송으로 기획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작가를 섭외한 이유는? 오랫동안 영화평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온 이동진 평론가는 대중적 인지도뿐만 아니라 평론의 내용과 방식의 면에서 큰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책과 음악 등에도 방대한 지식을 갖고 계신 분이기에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부탁드렸고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김중혁 작가님은 이동진 평론가의 강력한 추천으로 섭외했습니다어려운 출연임에도 선뜻 허락, 2년 동안 <빨간책방>이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두 분은 팟캐스트 청취자들에겐 임자로 유명한데요책의 임자’, ‘적임자라는 뜻이죠(웃음). 그 동안 재기 발랄함과 신선한 상상력성실한 작품 활동으로 유명하신 분인데 두 분이 평소에 서로의 글을 즐겨 읽으며 호감을 가져왔다고 하셨습니다두 분의 호흡이 청취자들에게 다른 방송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지적이고 유쾌한 재미를 잘 전달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DJ 정이현의 새로운 발견 낭만서점

 

<달콤한 나의 도시><낭만적 사랑과 사회>로만 기억되던 소설가 정이현이 팟캐스트 DJ로 변신했다지난 2월 11일 첫 방송된 교보문고의 북TV ‘정이현의 낭만서점이 아니었다면 독자들은 정이현의 목소리가 이렇게 차분하고 정갈하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1부에서는 진행자 정이현과 허희 문학평론가가 뽑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스튜디오로 게스트를 초대책을 추천 받는다방송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 단어 한 단어 골라서 하는 듯한 정이현의 전문 DJ 뺨치는 진행실력과 동종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공감과 냉철한 해석이 빛을 발한다는 평가다특히 지난 4월 15일에는 좀처럼 팟캐스트에 등장하는 법이 없는 허대세’ 허지웅까지 출연방송인이 아닌 작가의 모습을 들여다 보게 만들었다. “조근조근 요란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팟캐스트가 우리끼리라는 느낌이 들어 좋다는 정이현 작가는 요즘 출판시장이 어렵다 보니 숨겨진 좋은 책들이 금세 잊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숨겨져 있지만 좋은 책들을 발견해서 독자들과 나누고책을 주제로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정이현교보문고 컨텐츠사업팀 허균 팀장은,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상업적 공간이 아닌 문화적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교보문고의 미디어채널 북뉴스는 문학 평론가 허희가 진행하는 낭만적 시읽기도 함께 시작한다시를 읽고 해설해주는 영상 프로그램 시 해설 프로그램이다팟캐스트에 시도 들어온 것이다.

 

 

 

 

책 소개 넘어 새로운 포맷으로 진화하는 뉴 미디어

 

북 팟캐스트의 시초는 소설가 김영하다. 2010년 시작한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은 신간구간을 구분하지 않고 소개했고 그는 특유의 저음으로 새벽 시간독자들을 유혹했다취침 전 들으면 잠이 잘 온다는 이유로 수면 마니아를 몰고 다닌 이 팟캐스트는 최근엔 3개월에 한번씩 업데이트됨에도 불구팟캐스트 상위에 랭크 중이다위즈덤하우스를 필두로 창비문학동네휴머니스트자음과모음,다산북스 등이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요즘엔 그 양상도 진화하고 있다출판사 주도로 평론가나 소설가·교수 등이 책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출판사 편집자나 작가가 진행자로 나서자발적으로 업계소식을 전하는 뉴 미디어로 변신한 것광고 비용이 없거나소설가나 평론가를 섭외할 능력이 없는 소규모 출판사들은 1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고 스튜디오를 빌려 단출한’ 자기네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은행나무와 어크로스 편집자들이 만든 두 여자의 꽃놀이패처럼 책이 기획되고 제작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일종의 책 코멘터리나 프리랜서 편집자, MD, 편집자 등이 만든 뫼비우스의 띠지처럼 출판노예 12이라는 메인카피를 달고 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토로하기도 한다. “아침에 합정역에서 출근할 때 큰 가방 튼튼한 것 하나 매고한쪽 보조가방에 종이가 보이면 100% 편집자죠이 중 하나만 있어도 돼요(웃음).”

 

사람들은 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동적인 팟캐스트 대신 차분하고 정적이면서도여러 가지로 진화 중인 문학 팟캐스트로 몰리고 있다.문학 팟캐스트가 서점에서 얌전히 독자들을 기다리는 것에서 벗어나작가의 육성을 들려주며때론 열악한 자신들의 현실을 경박하게 들려주고사회문제 통찰도 게을리 하지 않지 않기 때문이다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진행하는 문학동네 채널1:문학이야기는 6년 만에 신간을 발표한 도정일 교수히라노 게이치노박찬욱 등 매체에서 만나기 어려운 이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아동 청소년 문학을 대상으로 한 출판사 푸른책들의 팟캐스트 푸른책방 BOOK소리나 책 한 권 자체를 방송으로 기획한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처럼 북 팟캐스트가 특화되는 예도 있다문학 팟캐스트가 출판사 입장에서 TV나 영화 PPL, 광고마케팅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인 것은 확실하다청취자들이 주로 책 구매력이 있는 20~40대이기 때문이다.북 팟캐스트의 매력은 책에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성격을 더해좀처럼 책을 펴기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책을 일단 귀로 듣게’ 만든 데 있지 않을까.

 

 

[글 박찬은 기자 사진 포토파크매경DB 자료제공 예스24, 위즈덤하우스교보문고디지털 창비문학과지성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426(14.05.06일자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