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시인 황금찬 "문학상 생각 말고 최고의 詩 써라"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한혜원 기자 

 "문학상을 먼저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최고의 시를 쓰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시인 황금찬(97)은 35세가 되던 1953년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이제 그의 시력(詩歷)은 60년을 넘었고 나이는 100세를 바라본다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순수시 위주로 지금까지 쓴 시만 8천 편을 넘는다하지만 2013년 40번째 시집을 펴낸 이후로도 그의 시작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올해 11월 새 시집 출간을 목표로 집필을 계속하는 황 시인을 최근 그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자택에서 만났다그는 활발한 작품 활동의 비결을 공부에서 찾았다.

 

"매일 아침 신문을 보고다른 사람 시집을 열심히 읽어요영감을 받는 특별한 소재가 있기보다 다른 사람의 시에서책에서글에서 내가 구할 것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어요남의 시를 내 것처럼 읽으면 그것처럼 좋은 공부는 없을 거예요."

 

황 시인의 수제자들은 그의 시 정신과 문학계 업적을 기리고자 올해 '황금찬문학상'을 창설했다공로상과 특별상평론·소설··수필 부문에서 수상자가 선정됐고 시상식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홀에서 열린다.

 

황 시인은 "좋은 시를 쓴 문인들이 상을 받기를 바란다"면서 후배들이 문학상에 집착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훌륭한 시인은 사람의 감성을 자기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그는 "문학상을 먼저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최고의 시를 쓰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시인은 책이 귀한 시절부터 친구들과 한 푼씩 모아 잡지를 사 봤고 12세 때부터는 직접 시를 써보기 시작했다등단 전까지 일제 강점기를 겪은 그는 "어려운 시기를 겪어봐서 애착이 더 커졌는지도 모르겠다그때 시를 안 써본 사람은 모를 것"이라며 우리말로 마음껏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특히 소중히 여겼다.

 

힘든 일이 있어도작품을 쓰면서도 크게 근심하지 않는다는 황 시인은 "일부러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을 할 필요는 없다"며 시가 건강에도 도움이 됐음을 돌려 말했다.

 

100세에 가까운 나이에 작품을 써내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다그는 "마지막 시집을 내려고 하면서 보니까 이제 내게서 시적 운명은 떠난 것 같다"며 "자꾸 뭔가를 잊어버리는데이럴 때 먹는 약은 없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기억력을 살리는 약은 없고 그저 죽음만이 있다고 담담히 말한 그는 시에 대한 애정을 마지막까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로 돈벌이를 할 수는 없습니다하지만 시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는 힘은 있어요시는 '생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