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壇 정치? 문학 르네상스 위해 감수할 것”

26대 문인협회 이사장 문효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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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될 

온몸을 태워서 

찬란한 한 점의 섬광이 될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 문효치, ‘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중


“오랫동안 침체 상태였던 한국문인협회(문협)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중압감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래도 ‘문학 르네상스’라는 목표를 향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하게 걸어가겠습니다.”

제26대 문협 이사장에 선출된 문효치(72·사진) 시인은 당선의 기쁨 못지않게 책임감이 크게 다가온다고

 2일 말했다. 그는 문인 회원들이 직접투표로 선출하는 이사장 선거 3파전에서 압도적 표차로

 지난 1월 31일 당선됐다. 이달 중순 취임을 해 4년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는 “저는 외향적이지 못하고 수줍은 성격에 가까운데 이상하게도 문인 단체에서 직분을 많이 맡게 됐다”며

 “이것도 운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동국문학인회 회장,

문협 시분과 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 등을 지냈다. 펜클럽 이사장 때는

‘서울 세계 펜 대회’(2012년)를 유치하는 공을 세웠다.

“문인들이 직분 맡는 것을 비판적으로 봐서 ‘문단 정치’라는 말을 쓰지요. 그 말의 속뜻을 잘 알고 있지만,

문학계를 위해서 누군가 해야 한다면 감내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는 1966년 한국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작품이 각각 당선돼 등단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2004년판)

은 그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여 향가·고려가요·시조로 이어지는

 우리 시가의 예술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변모시키는 데 힘써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시인은

 “사서(史書)가 비워 둔 우리 백제 역사의 시공간을 시인의 상상력으로 채워온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에 월북한 부친 때문에 연좌제의 그늘에 시달렸다. “서울이 인민군 치하였던 6·25전쟁 때

아버지가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인민군에 입대했는데, 그것 때문에 제 삶도 피폐해졌습니다. 그 분노와

허무를 문학으로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는 문협 13대 이사장을 지낸 미당 서정주 시인의 동국대 국문학과 제자다. 그의 대학 동기로는 소설가

조정래-시인 김초혜(1년 선배지만 영문학과서 전과해 함께 공부) 씨 부부, 문학평론가 홍기삼, 시인 홍신선

박제천 강희근 씨 등이 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장인 문정희 시인과 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인

소설가 이상문 씨는 대학 후배다. 바야흐로 문학 단체장에 동대 국문학과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문 시인은 “문협과 펜클럽이 연계해 세계 문학계에 한국 문학을 널리 알릴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남북 문인 교류, 인문학 및 인성교육 프로그램 운영, 한국문협 60년사 편찬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문협이 국내 대표적 문인 단체임에도 정부와 각 기관들로부터 그에 맞는 대접과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저 난립하는 단체의 하나로 치부되고 있다”며 “그것을 바로잡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문협 회원은 1만3000여 명에 달한다. 수적으로는 큰 규모이지만, 작품 생산의 품질이 그에 걸맞지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와 관련, 문 시인은 “문인들 스스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문협이 창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계간 문예지 ‘미네르바’를 운영해 오고 있다. 그는 “잡지로 장사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로지 질 높은 작품을 싣기 위해 애써 왔다”고 자부했다. 매호당 제작비만 1000여만 원이 들지만,

“한국 문학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감수해 왔다는 것. 그가 문협을 이끌면서도 이런 태도를 지켜낼 수

있을지 문학계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번 문협 선거에서 부이사장에 소설가 이광복, 시인 강희근

양왕용 박찬선, 시조시인 한분순, 수필가 정목일, 아동문학가 하청호 씨가 각각 당선됐다.

글=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사진=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