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50만부, '종의 기원' 15만부, '풀꽃도…' 출간 즉시 10만부 판매
문학계 "독자들 문학에 관심 높아져…하반기도 기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지난 5월 작가 한강이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 이래로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돌아오면서 한동안 위축됐던 한국문학이 다시 중흥기를 맞는 모습이다.

수상 효과가 '반짝'으로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회의적인 시선과는 달리 한강의 '채식주의자' 열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여기에 스타·중견 작가들의 신작이 힘을 보태면서 독자들을 서점가로 끌어모았다.

지난해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한국문학 전체에 대한 독자들의 실망감으로 이어져 소설 판매가 내리막을 걸었으나, 올해 상반기 분위기가 반전했다. 한국소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면서 그간 얼어붙었던 출판시장에도 훈기를 불어넣고 있다.


◇ 한강이 불붙이고 정유정·조정래 가세


한국문학 부흥에 불을 붙인 사건은 작가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이다. 영국의 맨부커상은 노벨상에 비하면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한국 작가가 해외에서 세계적인 권위의 상을 받은 것 자체가 처음이어서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

또 한국문학의 저력이 새롭게 조명받고 한강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다른 작가들에 대한 관심까지 커졌다.

20일 출판계에 따르면 맨부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창비)는 그동안 문학을 멀리했던 독자들까지 서점가로 불러들여 두 달 만에 50만부 넘게 팔려나갔다.

여기에 한강의 맨부커 수상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스타 작가 정유정의 신작 '종의 기원'(은행나무)이 가세했다.

전작 '7년의 밤'(2011)이 43만부, '28'(2013)이 20만부 판매되며 확고한 입지를 다진 정유정은 신작을 낼 때마다 새로운 독자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종의 기원'은 두 달 만에 15만부가 팔렸으며,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상위 5위권을 고수하고 있다.

출판사 은행나무 관계자는 "'종의 기원' 출간 직후 '채식주의자'의 수상으로 판매량이 떨어질까봐 조금 우려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채식주의자'를 사러 서점에 온 독자들이 다른 소설도 여러 권씩 사면서 판매량이 다시 뛰었다"며 "두 작품이 서로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문학계 원로인 조정래 작가까지 가세하면서 중년 남성 독자들까지 서점가로 이끌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역사 대하소설을 비롯해 선이 굵고 묵직한 이야기를 다뤄온 조정래는 30-50대 남성 독자층이 두텁다.

특히 '정글만리'(2013)는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사회·경제에 대한 이야기로 30-40대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총 190만부가 판매되는 기록을 썼다.

그가 이달 12일 내놓은 신작 '풀꽃도 꽃이다'(해냄) 역시 중년·남성 독자층의 지지를 받으며 불과 1주일 만에 초판으로 찍은 10만부가 모두 팔려 다시 10만부를 제작하고 있다.

해냄 관계자는 "서점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휴가철이라는 계절적인 요인에 독자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교육문제를 다뤄 더 큰 관심을 받는 듯하다"고 전했다.

전통적인 문학 독자들에게 지지를 받는 중견 작가들의 신작과 신인 작가들의 작품도 올해 부쩍 주목받고 있다.

은희경의 신작 소설집 '중국식 룰렛'(창비)은 출간한 지 보름 만에 1만5천부가 팔렸고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창비)도 두 달 만에 7천부 판매됐다.

김민정 시인의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문학동네)은 시집으론 이례적으로 출간 보름 만에 6천부를 찍었다.

김금희의 두 번째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문학동네)는 신인 작가의 소설집으로는 드물게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이어져 출간 한 달 만에 5쇄(1만부)를 찍었다.


◇ 문학이 불러온 훈풍…서점가도 활기


한국문학이 불러온 훈풍으로 서점가에도 다시 활기가 돈다.

한국문학 작품이 50만부 이상 판매된 것은 2013년 '정글만리' 이후 '채식주의자'가 3년 만에 첫 사례라는게 출판계의 전언이다.

2012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200만부를 돌파하고 공지영의 '도가니'(창비)와 김려령의 '완득이'(창비)가 영화로 제작·개봉돼 인기를 끌면서 각각 83만부, 70만부 팔렸다. 그러나 2013년 '정글만리'(190만부) 뒤에는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다.

전체 출판시장을 아우르는 통계는 없지만, 가장 시장점유율이 높은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한국소설 판매량(1월1일∼7월17일, 권수 기준)은 2012년에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0.9% 증가한 이래 2013년 -26.2%(전년 동기 대비), 2014년 -0.8%, 2015년 -29.3%로 내리 곤두박질쳤다. 그러다 올해 처음 증가세로 돌아서 작년보다 42.3%나 늘었다.

한국소설의 선전에 힘입어 소설 분야 전체 판매량도 지난 4년간 감소세를 지속하다가 올해 처음 14.9% 증가했다.

◇ 하반기도 기대작 쏟아져

하반기에도 인기 작가들의 신작이 잇따라 나올 예정이어서 출판계의 기대가 크다.

폭넓은 독자층을 지닌 성석제 작가의 소설집과 백민석, 김언수, 김중혁 등 중견 작가들의 신작 장편소설이 다음 달 출간된다.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며 이미 호응을 얻은 박범신 작가의 '유리'와 천명관 작가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도 오는 9월 잇따라 단행본으로 나온다.

역사 속 실존 여성의 삶을 소설로 그린 김별아 작가의 장편소설도 나올 예정이어서 전작 '미실'과 같은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성 독자층이 두터운 정이현 작가의 소설집과 하성란 작가의 장편소설도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김용택 시인과 국회의원이자 시인인 도종환의 신작 시집도 8∼9월 잇따라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