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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1 00:24
mimi 조회 수:178
재회 이문형 칠흑보다 더 어둡고 깊은 잠 열두 시간의 단절에 건 빗장을 푼다 열린 햇살 사이로 종달새 한 마리가 긋는 빗금의 날개짓이 눈부시다 부신 빛살마다 깃털 세우고 다시 살아 돌아오는 나의 백조 별나라 여권을 쥐었던 담담한 두 손엔 면죄부처럼 쥐어지는 포도알 만한 종양 비로소 나와 내가 만나는 재회 --------------------------------------------- 폐가 박앤 오로지 기다리는 일뿐 버려진 폐가 한 채 주위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는 일이 없다 휑하니 들고나는 바람이 오늘은 웬일로 마당 가에서 머뭇거린다 툇마루 아래 철쭉이 고개를 내밀다가 놀란 듯 활짝 피고 틀어진 문짝이 문득 뼈대를 곧추 세우는데 온기가 있어 이 집 어딘가에 온기가 있어! 귀퉁이 내려앉은 지붕도 마당에 박힌 돌들도 모두들 수런거리는데 갑자기 안채 쪽에서 들리는 소리 - 야옹, 야옹 안채 아랫목에 막 새끼를 낳은 들고양이 한 마리 털 까칠한 어미와 눈도 채 못 뜬 새끼 세 마리를 비껴가던 아침 햇살이 들여다본다 집안의 모든 것들이 은밀하게 소곤거린다
재회
이문형
칠흑보다 더 어둡고
깊은 잠
열두 시간의 단절에 건
빗장을 푼다
열린 햇살 사이로
종달새 한 마리가 긋는
빗금의 날개짓이 눈부시다
부신 빛살마다 깃털 세우고
다시 살아 돌아오는
나의 백조
별나라 여권을 쥐었던
담담한 두 손엔
면죄부처럼 쥐어지는
포도알 만한 종양
비로소
나와 내가 만나는
---------------------------------------------
폐가
박앤
오로지 기다리는 일뿐
버려진 폐가 한 채
주위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는 일이 없다
휑하니 들고나는 바람이 오늘은 웬일로
마당 가에서 머뭇거린다
툇마루 아래 철쭉이 고개를 내밀다가 놀란 듯 활짝 피고
틀어진 문짝이 문득 뼈대를 곧추 세우는데
온기가 있어 이 집 어딘가에 온기가 있어!
귀퉁이 내려앉은 지붕도
마당에 박힌 돌들도
모두들 수런거리는데
갑자기 안채 쪽에서 들리는 소리
- 야옹, 야옹
안채 아랫목에 막 새끼를 낳은 들고양이 한 마리
털 까칠한 어미와 눈도 채 못 뜬 새끼 세 마리를
비껴가던 아침 햇살이 들여다본다
집안의 모든 것들이
은밀하게 소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