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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문학회 추천시

2017.12.01 00:24

mimi 조회 수:31


재회

 

이문형

 

 

칠흑보다 더 어둡고

깊은 잠

열두 시간의 단절에 건

빗장을 푼다

 

열린 햇살 사이로

종달새 한 마리가 긋는

빗금의 날개짓이 눈부시다

 

부신 빛살마다 깃털 세우고

다시 살아 돌아오는

나의 백조

 

별나라 여권을 쥐었던

담담한 두 손엔

면죄부처럼 쥐어지는

포도알 만한 종양

 

비로소

나와 내가 만나는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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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박앤

 

 

오로지 기다리는 일뿐

 

버려진 폐가 한 채

주위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는 일이 없다

 

휑하니 들고나는 바람이 오늘은 웬일로

마당 가에서 머뭇거린다

툇마루 아래 철쭉이 고개를 내밀다가 놀란 듯 활짝 피고

틀어진 문짝이 문득 뼈대를 곧추 세우는데

 

온기가 있어 이 집 어딘가에 온기가 있어!

 

귀퉁이 내려앉은 지붕도

마당에 박힌 돌들도

모두들 수런거리는데

갑자기 안채 쪽에서 들리는 소리

 

- 야옹, 야옹

 

안채 아랫목에 막 새끼를 낳은 들고양이 한 마리

털 까칠한 어미와 눈도 채 못 뜬 새끼 세 마리를

비껴가던 아침 햇살이 들여다본다

 

집안의 모든 것들이

은밀하게 소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