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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추천수필-유양희/착한 청년

2018.06.11 20:34

문학 조회 수:113



착한 청년


     유양희

 

 

    살면서 우리는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된다. 여느 때처럼 아침 6시에 출근하는 길이었다. 집에서 워싱턴 시내 (Washington D.C.)에 있는 직장까지는 22마일 거리이고 차로는 40분 정도 걸린다. 495 South에서 395 North로 접어든 지 얼마 안 되어 내차 뒷부분에서 잡음이 들렸다. 오래된 차라 뭔가 또 수리해야 되겠구나 하고 계속 갔다. 그런데 오른쪽 차선으로 가던 여인이 내 차 뒤쪽을 가리키며 뭐라고 외쳤다. 곧바로 비상도로에다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그녀가 가리키던 쪽을 보니 맙소사, 오른쪽 뒷바퀴 타이어가 거의 주저앉은 상태다. 새 타이어로 모두 교체한 직후라 앞으로 한 5년은 별일 없으려니 했는데 너무 뜻 밖이었다.

    어찌해야 좋을지 막막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출근은 못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가기라도 해야 할 텐데 방법이 없다. 한참 동안 대책 없이 그냥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차 한 대가 맨 왼쪽에서부터 차선을 바꿔가며 오더니 내 앞에서 멈췄다. 한 청년이 차에서 내렸다. 흰 티셔츠에 엉덩이까지 내려갈 것 같은 자루 모양의 청바지에다 쇠사슬 같은 목 고리를 한 그의 옷차림이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그는 내 차를 보더니 비상용 타이어가 있느냐고 물었다. 마침, 차를 살 때부터 뒤에 부착되어있는 새 타이어가 있었다. 그 청년은 내 차의 뒷좌석을 들어 올리더니 그 밑에서 웬 도구들을 꺼냈다.

    그는 주저앉은 타이어를 빼내고 새 타이어를 갈아 끼우느라고 땅바닥에 엎드려 애를 썼다. 8월의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라 그의 얼굴에서는 땀방울이 비 오듯 했다. 여러 가지로 시도를 해보더니 그는 마침내 새 타이어를 갈아 끼웠다. 그의 청바지는 흙투성이가 되었고 양손은 시꺼멓게 되어 있었다. 그는 팔뚝으로 땀을 훔치며 나더러 차를 운전해보라고 했다. 마침내 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움직였다. 그는 성공했다는 듯 기쁜 표정으로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자기 차가 있는 곳으로 유유히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그에게로 갔다. 그의 이름과 주소를 물으며, 청년의 얼굴을 보니 머리는 짧게 깎았고 키는 중키에 다부지게 생겼다. 그는 메모지에 자기 이름과 주소를 적어주고는 떠났다. 나도 늦었지만, 직장으로 출근했다. 그 날은 사고를 당하고도 참 기쁜 하루였다.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나는 그의 옷차림만 보고 신통치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무수한 넥타이 차림의 신사들은 내 절박한 사정을 모른 체하고 지나가 버렸지만, 그 청년은 기꺼이 나를 도와줬다. 그 청년으로 인해 요즘 젊은이들의 옷차림에 대한 내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부모들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녀들의 옷차림은 오히려 평범한 것에서 벗어나려는 젊은이다운 시도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시도가 우리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개선하고, 세상을 바꿔나가는 원동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어렸을 때는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옷을 입으면 남들이 뭐라고 할까?’ 하고 항상 남의 시선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자랐다. 나 자신으로 상장했다기보다는 아무개 집안의 자녀라는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언짢은 옷차림을 한 청년의 도움을 받고 그 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젠 젊은이들의 옷차림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겠다. 그러고 보니 그 청년은 자동차 타이어만 바꿔준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의 타이어까지 바꿔준 것 같다. 다음날 나는 그 청년에게 감사 카드를 썼다. 카드만 보내기에는 너무 고마워서 체크에다 행운의 숫자 77 달러를 써서 함께 보냈다. 청년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