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중앙시조대상 수상작

 

누이감자 - 권갑하 

  

1

잘린 한쪽 젖가슴에 독한 재를 바르고

눈매가 곱던 누이는 흙을 덮고 누웠다

  

비릿한 눈물의 향기

양수처럼 풀어놓고

  

2

잘린 그루터기에서 솟아나는 새순처럼

쪼그라든 시간에도 형형한 눈빛은 살아

  

끈적한 생의 에움길

꽃을 피워 올렸다

  

3

허기진 사연들을 차마 말로 못하는데

서늘한 눈매를 닮은 오랜 내력의 깊이

  

철없이 어린 꿈들은

촉을 자꾸 내밀었다

  

 

<중앙시조신인상 수상작>

 

힘              / 박 희 정

- 도룡농

 

 산다는 건 어떤 불의에도 굴하지 않는 건지

  

산이 무너지고 터널이 지나가도

  

천성산 도룡뇽 부부 헤어지지 않았다

  

무성한 탁상공론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수맥을 이어주는 무량한 저 생명들

  

에둘러 제 터를 찾아와 목숨 끈을 잇는다

  

짝을 짓는다는 건 천상의 기도같은 일

  

통설을 깨트려서 세상의 귀 열어놓고

  

대성늪 봄볕 가득한 유백의 알을 보라

 

[2011 중앙시조대상] 시조대상·신인상 심사평

해마다 이맘때면 시조단 안팎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린다. 중앙시조대상 수상작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어느덧 이립(而立·나이 30)에 이른 이 상은 시조 작품에 주어지는 최고의 광영인 만큼 수상작에 거는 기대가 유난하다. 심사의 요체는 작품성에 있다. 작품성은 개별 작품의 완성도나 정형미학의 자연스러움을 아우른다.

 대상은 대상다워야 하고 신인상은 신인상다워야 한다. 선고를 거친 후보작은 대상이 11인의 107편, 신인상이 13인의 117편이다. 다양한 경향과 개성이 혼재하는 작품들을 비겨 읽고 따져 읽으며 오랜 시간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다. 말 그대로 심사와 숙려 끝에 대상은 권갑하의 ‘누이 감자’, 신인상은 박희정의 ‘힘’에 돌아갔다. 치열한 의식의 각축 속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두 시인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빛나는 작품으로 심사장을 달군 여러 시인에게 따뜻한 격려를 전하고 싶다.

 권갑하의 ‘누이 감자’는 누이와 감자의 심상을 교묘하게 접합하면서 생존의 진경을 담아낸 작품이다. 자칫 애상에 빠지기 쉬운 주제를 밀도 있게 견인하며 뛰어난 서정의 성취를 보여준다. 허기진 생에 대한 연민, 그로 말미암은 눈물의 향기가 오랜 내력의 깊이에 닿아 있다. 비근한 소재의 변용이 이채롭거니와, 초·중장의 시상을 수렴한 종장의 결구 또한 견고하다. 올 한해 시조단의 표지(標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박희정의 ‘힘’은 생태환경의 정서에 밀착하고 있다. 무참히 자행된 훼손과 파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끈질기게 목숨 끈을 잇는 무량한 생명들의 전언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 전언이 순명의 늪에 유백의 알을 남긴다. 그것이 자연의 힘이다. 그런 힘으로 행간의 긴장을 다잡는 데 진력하기를 빈다.

 

◆심사위원=장경렬·박기섭·정수자(대표집필 박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