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현의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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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박   /허수경




아직은 둥근 것을 보면 아파요

둥근 적이 없었던 청춘이 문득 돌아온 것처럼


그러나 아휴 둥글기도 해라

저 푸른 지구만 한 땅의 열매


저물어 가는 저녁이었어요

수박 한통 사 들고 돌아오는

그래도 내 눈동자,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었지요


땅을 안았지요

둥근 바람의 어깨가 가만히 왔지요

나, 둥근 수박 속에 든

저 수많은 별들을 모르던 시절

나는 당신의 그림자만이 좋았어요


저 푸른시절의 손바닥이 저렇게 붉어서

검은 눈물 같은 사랑을 안고 있는 줄 알게 되어

이제는 당신의 저만치 가 있는 마음도 좋아요


내가 어떻게 보았을까요, 기적처럼 이제 곧


푸르게 차오르는 냇물의 시간이 온다는 걸

가재와 붕장어의 시간이 온다는 걸

선 잠과 어린 새벽의 손이 포플러처럼 흔들리는 시간이

날아가는 어린 새가 수박빛 향기를 물고 온다는 걸

가는 시간이 온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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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와 추상, 선과 면 모두한곳에 모인 지구 닮은 수박.

내부의 붉은 살 숨소리 탯줄 타고 들린다. 살아있는 것들의

열매는 모두 동그랗던가.

이렇듯 원만한 존재를 보면 왜 마음 아파올까.

둥근 적 많지 않았던 젊은 날,

모났던 날들이 아려 와서? 수박 가슴 바라보는 속마음 부끄럽다.

동그란 존재의 하모니, 수박등에서는 기타 소리가 난다. 수박은 우주다.

수많은 별들로 혹은 붉게 타는 노을로 가득한 우주 .

저물어가는 저녁 수박 한통 사들고 오는 그대 손 내 깊은 곳으로 별처럼 깃든다.

생각해 보면 씨앗처럼, 눈물처럼,

꿈도 사랑도 이야기들도 다 저렇게 둥글었어야 했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