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현의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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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김석규



봄날은 간다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하늘하늘 날려오는 낙화

잠시 머물다 가는 구름 조각의

꽃이 들어 있는 것은 무녀져 내리는 것들 뿐이었다

꽃샘 꽃잎 꽃그늘 꽃나무 꽃바람 꽃구름 꽃마차

다 갚지 못한 죄

천 갈래 만 갈래 남아도는데

세상천지 슬픔 없는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안개속으로 사랑은 모두 떠나고

떠나가서는 돌아오지 않고

펄럭이며 꺼져가는 촛불

젊음의 영결식장에 향기로 뿌려지는 조시

아니 눈물로 빚는 추도사

꽃이 섰던 자리 추억만 무성히

덧없이 허물어져 내리는 성벽에 구름 피어오르는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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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시인 100인이 대중가요 가사 중 제일 좋은 노랫말로 뽑았다는

'봄날은 간다'. 그래선지 많은 시인들이 같은 이름아래 시를 쓴다.

인생행로 속 깊이 숨겨있는 회한의 빛들이리라.  나도 그 가사 속 내 그림자

되짚어 본다.

 철없던 유년과 불장난 같던 10대의 봄날, 부질없던 스물 때의, 그리고 서른 청춘의

오식 투성이 봄날, 자화상 제대로 못 그리고 넘겼던 불혹의 봄날, 얼마나 많았던

자책의 세월이었던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스러져간, 더러는 다 갚지 못한

죄들. 그 지천의 봄날. 회갑, 미수, 고희, 희수, 산수, 미수, 졸수, 그리고 운 좋아 맞을지도

모를 백수때의 봄날. 그렇게 또 오듯, 오고 갔듯, 그런 봄날, 오늘도 봄날은 간다.

 이 세월들 끝없이 그렇게 또 오고 가리라. 미쳐 후회도 다 못 한 채. 꽃 함께, 바람 함께,

상처도 함께, 그렇게 봄날은 와도 봄날은 간다. 그 속에 무엇들 남았던가.

정말 꽃들은 다 어디로 가고 봄날은 또 다 어디로 갔는가. 일생이 온통 후회론 소리로

들리는 장사익의 목소리, 구의 노래 들으면 눈물보다 아픈 삶 싸 해온다.

그의 소리로 다시 듣고 싶다. 아, 봄날은 간다. 너도 가고 나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