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현의 평론     






             꼬리표


               -박남희-





내 양복의 안쪽에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신미영이라는 아내의 이름이 나를

한나절 넘게 따라다녔다


아내가 세탁소에 맡겼던 양복에 꼬리표가 붙은 줄도 모르고

나는 아름다운 스타킹을 따라서 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가슴공이 훤히 보이는, 덜컹거리는 브래지어 옆 좌석에 앉아서

책을 읽기도 했다

아마도 아내도 내 은밀한 심장 박동소리를 들으며

시장을 가고 밥을 짓고 빨래를 했을 것이다


나는 꼬리표를 발견하고 곧 떼어버렸지만

그 후 그 꼬리표는

유성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며 나를 따라다녔다


제 몸을 산화해서 만든 유성의 꼬리표

언젠가는 없어질 제 몸을 꼬리표를 만들기 위해

온몸을 허공에 불사르는 별똥별이 보였다


나는 한 때, 별똥별 같은 시인이 되리라 마음먹었지만

그동안 내 몸을 산화한 불같은 시를 한 편도 쓰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참 다행이다

쉰이 넘은 어둑한 나이까지

별똥별처럼 제 몸을 불사르며 나를 따라와

내 앞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꼬리표 하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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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반쪽을 찾고 나면 아무 표시가 없어도 그때부터 서로는 서로의 꼬리표가

된다. 어디를 가나 서로는 서로를 따라 다닌다. 달처럼, 더러는 별똥별처럼.

화살 그으며 가슴의 중심을 소통하는 이름표로 자리한다. 아내는 어둠 밝혀주는

유성이 되어 다른 길에 들지 않게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다. 쉰이 넘은 어둑한 나이까지

별똥별처럼 제 몸을 불사르며 따라와 앞길 환하게 비춰주는 꼬리표가 된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다. 깜깜한 밤하늘에 꼬리표 같은

아내, 그렇게 불러볼 만한 신 내림, 별빛 사람 아니겠는가. 아내라는  이름, 그 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