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현의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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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이 필 때 /박찬선



어린아이의 젖니같이
뽀얀 감꽃이 필 때는
긴 해도 아쉬워서 천천히 진다.
무성한 잎새 사이로
옛추억 같은 이야기의 꽃은 피고
우리 무논에도 모를 심는다.
밤하늘에 별이 솟듯
푸른 잔칫집의 불을 밝5히는 향기로운 등
없는 사람의 등처럼 오래도록 밝다.
먼 길 가는 기도가 끝나면
눈 오듯 이승에 앉는다.
오월이 가고
우리의 눈에서 기적같이 멀어짐이
아주 사라짐이 아니거늘
우리는 다시 무르익는 세상의
가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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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감꽃 피는 달이다. 그래, 감꽃은 어린아이의 젖니 같다.
작은 금관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족두리 같기도 하다. 오월 감꽃 만발하면
별도 함께 내려와 밤하늘에 등켰다. 밤 깊을소록 감꽃 등은 더욱 밝았다.
바람에 꽃 우수수 떨어지면 우리는 꽃 하나씩 하나씩 실에 예쁘게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다. 솜털 보송보송한 누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감꽃 다
지고나면 들에선 벼가 익어갔다. 그동안 감은 튼실하게 자랐다.
붉은 가을 홍시로 꿈꾸며. 그렇게 우리들의 오월, 유년은 행복했다.
감꽃은 꿈꾸는 아이들의 눈 같았다. 아니 붉은 노을 넘어 달려가는
어린아이들의 꿈이었다. 지금은 고향 그 울 곁에 감꽃이 필 때.
무르익은 홍시와 탐스런 연시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