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현의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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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고야 보이는 중력


-이창윤




그의 의식에서 중력을 지우고 난 다음

사과나무를 보았을 때

빨간 볼을 가진 황금색 능금 알들이

하늘 깊숙이 떨어져가는 것이 보였을 것이다

그 중 중력을 알고 있는 하나가 뒤돌아와

그의 머리를 때렸을 때

마침내 그는 중력을 눈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가을이었다


니 이름을 부르는 어머님의 젊은 음성을 듣고

대답하는 나의 어린 목소리가

과수원 위의 하늘 속으로 한없이 멀어져 가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세월은 가버리는 것이지만 계절은 언제나 다시 돌아와 

흰머리가 된, 그 아이의 손에는

사과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가을이었다


어린 목소리가 변성기를 지나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청순한 얼굴의 여학생과 함께

대학가를 걸어가는 모습이 선뜻 보이는 것이다

은행잎들이 떨어져 노랗게 깔린 대학가를 

가을이었다


이처럼 가을에 와서야 보이는 중력은

따로 있는 것이다






진한 서정 가득한 서사다. 이창윤은 재미 시인 중 가장 깊은 서정을 데리고 다니는 

서정시인이다. 시인은 본다. 하늘 깊숙이 떨어져 가는 것, 그것을 보았을 것이다. 

가을이었다. 마침내 그는 중력을 눈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름을 부르는 어머님의 

젊은 음성을, 대답하는 나의 목소리가 과수원 위의 하늘 속으로 한없이 멀어져가는 

가을이었다. 세월은 기다리는 것이지만 계절은 언제나 다시 돌아와 흰머리가 된, 

그 아이의 손에는 사과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만유인력을 읽은 뉴턴도 가을이 오고야 

중력을 보았다. 익은 사과가 가을이 오고야 떨어지니까.